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특별하고 사적인 그릇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며칠 전, 알록달록한 색점토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드는 출강 수업을 다녀왔습니다.
수강생분들이 각자의 개성대로 예쁜 작품을 만들고 떠난 자리에는, 쓰고 남은 작은 색점토 조각들이 옹기종기 남겨져 있었습니다.
사실 이 조각들은 무언가를 제대로 만들기에는 양이 참 적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흙들을 그냥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뭉쳐보니, 다행히 딱 접시 하나 정도는 나올 법한 분량이 되었습니다.
어떤 색이 어떻게 섞일지 어떤 무늬가 나올지 미리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손이 가는 대로 남은 색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툭툭 빚어보았습니다.
이번 접시는 겉면에 색을 칠한 게 아닙니다. 색깔이 있는 흙 자체를 섞어서 만든 것이라, 접시의 앞면과 뒷면의 색이 똑같이 비칩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이 정직한 색감이 저는 참 좋습니다. 흙이 가진 본연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 걸까요? 남은 흙을 알뜰하게 다 쓰려다 보니 접시가 생각보다 너무 얇게 만들어졌습니다.
형태도 반듯하게 매끈하지 않고 살짝 울퉁불퉁합니다. 가마 속 뜨거운 열기를 견디며 조금은 휘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판매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접시는 제가 직접 사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판매용 그릇을 만들 때는 늘 긴장합니다.
바닥은 평평한지, 형태는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수십 번 확인하죠. 하지만 나를 위해 만든 이 접시 앞에서는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조금 비뚤어지면 어떤가요. 내 손끝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흔적인걸요.
얇아서 조심스럽고, 울퉁불퉁해서 더 정이 가는 이 접시를 보며 생각합니다. 우리 삶도 가끔은 이렇게 계획되지 않은 자투리 시간 속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곤 한다는 것을요.
이제 이 접시는 제 식탁 위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단짝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밥 먹거나 간식 먹을 때 소박한 일상을 함께하겠지요.
비록 남들에게 선보일 화려한 작품은 아닐지라도 저에게는 그 어떤 그릇보다 따뜻한 행운을 전해주는 '진짜 세복'입니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