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글을 써준다면, 나는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질문인간'으로 산다는 것

by 모아키키 정세복

최근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는 단순히 우리를 놀라게 하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시키는 대로 텍스트만 만들어내는 시대를 지나,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며 행동까지 옮기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내 자리가 사라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마치 우리가 스마트폰 없이 일상생활을 상상할 수 없듯, AI는 우리의 가장 유능한 '디지털 동료'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유능하고도 낯선 동료와 우리는 어떻게 친해져야 할까요?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인간 기획자와 작가는 어떤 유일함을 지켜야 할까요?






1. '말귀'를 알아듣는 비서를 넘어 '행동'하는 파트너로


과거의 생성형 AI가 "이 주제로 글을 써줘"라는 요청에 답변하는 '시험 잘 보는 학생'이었다면, 에이전틱 AI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줘"라는 목표를 주면 스스로 계획을 짜고 도구를 찾아 실행하는 '유능한 대리인'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기존 AI가 '로봇 청소기'라면 에이전틱 AI는 '자율주행차'에 가깝습니다.

로봇 청소기는 정해진 구역을 돌지만, 자율주행차는 목적지를 설정하면 상황에 맞춰 경로를 수정하며 우리를 그곳까지 데려다줍니다.

이처럼 AI가 실무의 70~90%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우리는 '실행의 늪'에서 벗어나 더 본질적인 고민에 집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2. 답이 넘쳐나는 시대, 가장 귀한 자원은 '질문'입니다.


이제 세상은 정답이 부족해서 고통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답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몰라 혼란스럽죠.

이런 '답의 과잉' 시대에 가장 강력한 희소 자원은 바로 '질문의 힘'입니다.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답을 찾는 데는 천재적이지만, "우리가 풀고 있는 이 문제가 정말 가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심은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MZ세대를 위한 친환경 마케팅 아이디어를 AI가 쏟아낼 때, "왜 지금 우리 브랜드가 친환경을 말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당위성을 설계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제 '해답 제조기'가 아니라, AI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문제 설계자'이자 '최고 회의론자'가 되어야 합니다.






3. 어떻게 AI와 더 친해질 수 있을까? :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마음으로


AI를 단순히 '도구'로만 대하면 그 관계는 금세 한계에 부딪힙니다.

AI와 진정으로 친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휘자는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지만, 각 악기가 언제 어떤 소리를 내야 할지 결정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완성합니다.


구체적으로 대화하세요: "이메일 써줘"라고 하기보다 "우리 매니저에게 이번 주 금요일 연차를 신청하는 짧고 친근한 이메일을 써줘"라고 구체적인 톤과 상황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AI에게 먼저 물어보게 하세요: "내가 이 기획을 더 잘하려면 너에게 어떤 정보가 더 필요하니?"라고 AI에게 질문을 되돌려보세요. 이렇게 하면 AI가 마음대로 추측해서 엉뚱한 답을 내놓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일은 단계를 나눠보세요: 한 번에 큰 일을 시키기보다 "이 주제에 대해 먼저 5가지 목차를 짜줘", "그다음 각 목차에 들어갈 통계 자료를 찾아줘" 식으로 단계를 나누면 AI는 훨씬 더 정교한 결과물을 선물합니다.






4. '작가 J'의 어느 특별한 아침 : AI와 함께 춤을 추는 법


여기 AI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기획자 'J'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J는 매일 아침 AI와 함께 업무를 시작합니다.


과거에 J는 시장 조사와 일정 정리에만 오전 내내 45분을 꼬박 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에게 어제 수집한 날것의 메모들을 던져줍니다.


"이 메모들에서 핵심 키워드 3개를 뽑고, 오늘 내가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해줘."


AI가 순식간에 정돈된 리스트를 내놓으면, J는 그제야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사유의 시간'을 갖습니다.


J는 AI가 써준 초안을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AI가 쓴 "외로움은 현대인의 질병이다"라는 건조한 문장을 지우고, 자신이 어제 산행에서 느꼈던 "코끝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 같은 적막"이라는 고유한 표현으로 문장을 리터칭합니다.

AI가 정보를 모으고 뼈대를 세우면, J는 그 위에 자신의 삶이라는 '근육'과 '영혼'을 입히는 것이죠.

J에게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자신의 창의성을 무한히 확장해 주는 '든든한 지렛대'입니다.






5. '작가의 진실' : 기계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인간의 행간


AI가 아무리 유려한 문장으로 시를 쓴다 해도, 독자들이 여전히 인간의 글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작가의 진실'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에는 그 문장을 쓰기 위해 밤잠을 설친 고통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단어의 조합일 뿐입니다.

독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완벽하게 매끄러운 정보가 아니라,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는 한 인간의 생생한 목소리입니다.


어제 본 영화의 한 장면에서 느낀 전율, 아이의 눈망울에서 발견한 작은 희망 같은 '구체적인 경험'은 AI가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도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창작의 성역입니다.






질문함으로써 존재하고, 해석함으로써 창조합니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일터는 AI가 실무적 노동을 담당하고, 인간이 가치 판단과 전략적 해석을 담당하는 '공존의 장'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AI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의 사고 체계를 더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질문의 고삐로 기술이라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숙련된 기수가 되어야 합니다.


AI가 모든 글을 대신 써줄 수 있는 시대에도 우리는 멈추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고뇌의 과정 자체가 바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억만 개의 데이터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결국 질문하는 인간의 진심이 담긴 단 한 줄의 문장입니다.


여러분은 AI라는 파트너와 함께 어떤 아름다운 질문을 던지시겠습니까?

우리는 질문함으로써 존재하고, 해석함으로써 우리만의 세계를 창조합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장 고귀한 숙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