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조 원짜리 신기루를 팔고 유유히 떠난 남자
위워크(WeWork)는 기본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회사다. 대형 건물의 전체 또는 일부 층을 건물주로부터 15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빌린 뒤, 이를 작게 쪼개서 개인이나 소규모 스타트업, 프리랜서에게 월 단위의 단기 임대로 재임대(전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위워크는 스스로를 평범한 부동산 회사가 아닌 '기술 기업'이나 '물리적 소셜 네트워크'로 정의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공유 주방, 무제한 맥주나 콤부차 같은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입주사들끼리 네트워킹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해 단순한 사무 공간을 넘어선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브랜딩한 것이 핵심이다.
2019년의 어느 날, 전 세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묘한 사진 한 장이 퍼졌다.
뉴욕 맨해튼의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걷고 있는 장신의 남자. 헝클어진 긴 머리에 초점 없는 눈동자,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남자는 당시 기업 가치 470억 달러(약 60조 원)를 자랑하던 위워크(WeWork)의 CEO, 아담 뉴먼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천재의 광기'라 칭송하거나 '몰락하는 교주'라 비웃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였다. 그는 단순한 사무실 임대업을 '세상을 바꾸는 종교'로 탈바꿈시킨 역대 최고의 판매술사였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위워크는 파산의 늪을 지나 주인이 바뀌었고 수만 명의 직원은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배를 침몰시킨 선장' 아담 뉴먼은 2조 원에 달하는 현금을 챙겨 또 다른 야망을 설계하고 있다.
그가 남긴 궤적을 따라가 보면, 사업가와 사기꾼을 가르는 '한끗 차이'가 무엇인지 비릿한 진실이 드러난다.
아담 뉴먼의 성공 신화 뒤에는 또 다른 거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2016년, 위워크 본사를 방문한 손 회장은 뉴먼에게 단 12분의 시간만을 허락했다.
뉴먼은 특유의 메시아적 카리스마로 위워크가 단순한 부동산 회사가 아니라, 인류의 의식을 고양하는 '기술 플랫폼'임을 역설했다.
뉴먼의 눈에서 과거 알리바바의 마윈을 보았던 것일까. 손 회장은 그 자리에서 44억 달러(약 5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결정하며 뉴먼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당신은 충분히 똑똑하지만, 아직 충분히 미치지(crazy) 않았어."
이 말은 뉴먼의 제동 장치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이후 위워크는 수익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광폭 행보를 시작했다. 손 회장의 자본은 뉴먼의 허상을 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증폭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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