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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잔소리로부터 독립하는 법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타인, 부모라는 이름의 거울

by 모아키키 정세복

우리는 사회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대접받습니다. 회의실에서 수십 명의 시선을 받으며 발표를 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지휘하며, 누군가에게는 존경받는 선배이자 든든한 동료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본가의 현관 비밀번호만 누르면 우리는 마법처럼 열 살짜리 꼬마로 돌아갑니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어른으로서 쌓아온 모든 논리와 자존감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집니다.

"너는 왜 아직도 그 모양이니?", "누구네 집 자식은 이번에 집을 샀다더라."

그 날카로운 말들은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히고, 우리는 다시 화를 내거나 방 안으로 숨어버립니다.


왜 가장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처참한 상처를 입어야 하는 걸까요?


오늘, 그 지독한 ‘심리적 속박’의 사슬을 끊어내고 진짜 나로 우뚝 서는 법에 대해 법륜스님의 지혜를 빌려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느 직장인의 고백: 35세, 여전히 부모의 그림자 아래 사는 법



서른다섯 살의 직장인 지훈(가명) 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주말마다 지옥을 경험합니다. 부모님 댁에만 가면 시작되는 어머니의 ‘결혼 압박’과 ‘재테크 훈수’ 때문입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지훈 씨의 전세 자금을 언급하며 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돈을 왜 그렇게 굴리니? 엄마 말 듣고 땅을 샀어야지! 넌 사회생활을 몇 년을 해도 왜 그렇게 경제관념이 없니?"


지훈 씨는 그날 결국 밥상을 엎고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차 안에서 핸들을 잡고 엉엉 울며 그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서른다섯이 되어서도 엄마 말 한마디에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까?' 지훈 씨의 눈물은 분노가 아니라, 여전히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깊은 '상실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부모를 변화시키려는 당신이 가장 오만하다"



지훈 씨와 같은 고민을 들고 온 청년에게 법륜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부모님이 잔소리하는 게 문제라고요? 아니에요. 부모님은 원래 잔소리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게 그분들의 인생이고 습관이에요. 그런데 왜 당신은 부모님을 내 입맛에 맞게 바꾸려 합니까? 부모님의 입을 막으려 하는 당신이 바로 가장 큰 욕심쟁이이고 오만한 사람입니다."



이 말씀은 얼핏 차갑게 들리지만, 사실 가장 따뜻한 해방의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부모님의 말이 '옳아서'가 아니라, 그 말을 '멈추게 할 수 있다'라고 믿는 착각 때문이라는 것이죠.



스님은 말씀하십니다.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화를 냅니까? 강물은 그저 흐를 뿐입니다. 어머니의 잔소리도 그분 인생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일 뿐이에요. 강가에 앉아 물소리를 듣듯, '아, 우리 어머니 목소리가 오늘도 우렁차구나' 하고 그냥 듣고 흘리세요."






불교적 통찰: '업식(業識)'이라는 낡은 레코드판



부모님이 왜 저토록 잔소리에 집착하는지 이해하려면 불교의 '업식'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업식이란 한 사람이 평생 살아오며 쌓아온 마음의 습관, 즉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가난한 시절을 보낸 우리 부모님 세대는 '생존'과 '안정'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분들의 레코드판에는 "돈을 아껴야 한다", "남들에게 뒤처지면 죽는다"는 음악이 무한 반복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자식이 그 길을 벗어나면 부모님의 업식은 '위험 신호'를 보냅니다.

그래서 잔소리라는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면 부모님이 나를 괴롭히려고 작정한 '악당'이 아니라, 자신만의 낡은 레코드판에 갇혀 괴로워하는 '환자'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님은 말씀하십니다.

"환자가 헛소리를 한다고 같이 싸우면 나도 환자가 되는 겁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 마음의 병이 또 도졌구나' 하고 연민의 마음을 내보세요. 그때 비로소 당신은 부모로부터 독립한 성인이 됩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실천: "네, 하고 내 마음대로 합니다"



법륜스님이 제안하는 가장 강력한 처방전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바로 "네"라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부모님: "너 이번에 주식 다 팔고 적금 들어라!"

나: (화를 내며) "엄마가 뭘 안다고 그래요!" (X)

나: (미소 지으며) "네, 어머니.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참고할게요." (O)



그리고 행동은 내 소신껏 하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지혜입니다. 겉으로는 화목하게 부모님의 마음을 받아주되(和), 내 삶의 중심은 그들과 같아지지 않고(不同) 꼿꼿이 지키는 것이죠.


"네"라고 말하는 순간, 부모님의 공격 에너지는 갈 곳을 잃고 소멸합니다.

내가 반박하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 인생의 주권이 나에게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굳이 부모님과 싸워 승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승리하지 않아도 이미 이겨 있는 상태, 그것이 바로 정신적 자립입니다.






위로의 메시지: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애써온 귀한 존재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그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부모님의 잔소리에 그토록 괴로워했던 이유는, 결코 우리가 모자라거나 나쁜 자식이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분들을 깊이 사랑했기에, 그리고 그 소중한 분들에게만큼은 온전히 인정받고 싶었기에 그 한마디 한마디가 아프게 박혔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랑의 방식을 조금 바꿔야 할 때입니다. 부모님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내 인생의 빛을 끄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은 진정한 효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부모님께는 '집착'이라는 짐을, 나에게는 '원망'이라는 독을 심어주어 결국 두 사람 모두를 불행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안타까운 선택이 되곤 합니다.



법륜스님께서는 늘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자식의 참된 도리는 부모님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내 삶을 스스로 행복하게 일구며 사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님이 잠시 실망하시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나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나의 죄가 아니라, 그분들이 당신의 업식과 기대를 내려놓으며 스스로 닦아내야 할 그분들 몫의 수행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태어난 도구가 아닙니다. 그저 나라는 존재 자체로 오롯이 서서,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태양 빛을 온전히 누리며 찬란하게 피어나면 됩니다.


우리가 스스로 행복해질 때, 비로소 부모님도 우리라는 무거운 걱정의 짐을 내려놓고 당신들의 삶으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그대여, 지금까지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의 인정이라는 감옥에서 걸어 나와, 나를 가장 먼저 사랑해 주는 주체적인 삶의 주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무리: 홀로 서는 자만이 함께 걸을 수 있다



진정한 성인이 된다는 것은 부모라는 거대한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태양 아래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서운해하시거나 눈물을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부모님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지, 자녀가 대신 흘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부모님의 말씀을 '정답지'가 아닌 '참고서'로 대하십시오. 참고서는 읽어보되, 최종 답안지에 마킹하는 것은 오직 본인의 손이어야 합니다.


부모님께 인정받으려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역설적으로 우리는 가장 자유로운 아들이자 딸이 될 것입니다.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는 무소의 뿔처럼,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길 응원합니다.

이 홀로서기는 부모님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대등하게 마주 보는 진짜 사랑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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