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Day 5 itziar
북쪽길을 시작하자마자 너무나 최선을 다해 보낸 덕에 오늘은 릴렉싱 데이로 전환했다. 알베르게 체크아웃 시간인 8시까지 최대한 늦잠을 자고 일어나 시내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나니 그제서야 눈에 풍경이 들어왔다. 역시 몸이 편해야 이 모든 것들도 즐길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었다.
스페인 시골 마을의 토요일 아침 풍경은 참 아기자기했다. 저걸 어떻게 치우나, 했던 아주 커다란 쓰레기통은 그보다 더 커다란 차가 와서 마치 잡아먹을 듯 통을 비워갔다. 카페와 집을 한동안 왔다 갔다 하던 할머니는 한참 뒤에 도착한 아들과 손녀들을 반기며 집으로 들어갔다. 카페에 한적하게 앉아있었기에 목격할 수 있는 귀여운 풍경들이 지나갔다.
어제는 축제가 있었던 것 같았다. 피곤함에 기절한 채로 저녁을 보내느라 잘 몰랐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모두 분주히 바닥을 물청소하고, 한편에서는 음식 만들기 경진대회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모든 팀이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뭔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완성된 음식이 무엇일까 추측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알베르게가 있는 곳을 다시 지나니, 마을의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이렇게 고저가 많은 북쪽길이기에 내려다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일테다.
다음 마을에 도착해서 바닥에 점심을 펼쳤다. 순례길을 걷다 보니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나의 식탁이 된다. 훌륭한 풍경과 함께 초리조, 바케트 그리고 슈퍼에서 산 와인도 함께 곁들였다.
금방 도착한 알베르게는 정원이 참 아름다웠다. 스페인에서는 종종 정말 예쁜 꽃들을 한가득 가꾸어놓은 집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햇살이 좋은 곳이라서 꽃을 키우기 쉽다는 이유일까, 스페인 사람들이 꽃을 가꿀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일까. 그게 뭐든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까 점심으로 먹고 남은 초리조와 살라미, 그리고 빠에야 즉석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상수동 어디에선가 파에야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었다. 그 기억과 비교해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오랜만에 먹은 밥은 참 맛있었다.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