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에서 쉬어갑니다 2
이곳은 도착했을 때부터 참 마음에 들었다. 마음이 가벼워서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꽤나 현대적인 도시였던 빌바오와 달리 부르고스는 전통적인 느낌이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 공원은 멋드러진 플라타너스 나무들로 가득했다. 나와 인연이 많았던 플라타너스는 여름에 참 이쁜데, 이 도시의 풍경도 가득한 플라타너스 덕에 참 여름다웠다.
연박을 위해 알베르게 체크인을 다시 하고, 잠시 낮잠을 자다가 성당을 둘러보러 나왔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긴 역사를 가진 순례길을 걷는 시간 동안, 그저 문화 체험의 차원일지라도 기회가 되는 한 여러 곳들을 가보고자 했다.
그렇게 성당 안으로 들어섰는데, 어딘가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모여 웅성이고 있었다. 그 시선들이 모이는 곳에는 결혼식 입장을 앞둔 신부가 있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큰 기억으로 남게 될 한 장면을 목격하다니! 결혼식은 항상 나에게 왠지 모를 감동을 주는데, 이 멋진 성당에서 큰 오르간 소리와 함께 이 장면을 함께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처음 이 성당을 마주하고 놀랐던 것과 비교도 안될 만큼 내부는 정말 더 멋있었다. 모든 공간은 섬세함의 끝에 있었다. 도대체 어떤 시련이 인간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어떤 믿음이 사람들을 이런 극한까지 이르도록 했을까, 여러 질문들이 떠올랐다. 종교에 무지한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상징과 비유들이 가득한 예술작품들이었지만, 그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움에 겸손해졌다.
고개를 꺾어 들어야만 볼 수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빛이 쏟아졌다. 과거의 사람들은 그 빛을 보고 종교의 신비로운 힘을 더 믿게 되었을까. 왠지 모르게 엄숙해지는 그 공간은 오랜 시간 이어져온 사람들의 간절함이 닿아있기 때문일까.
성당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니 한시간정도가 흘렀다. 밖에서 봤을 때 보다 내부는 더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치 박물관처럼 볼거리도 다양했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렇게 높고 아찔한 건물을 지었을까. 기념품 샵은 성당을 건축하는 데에 쓰였을 법한 수학 공식으로 꾸며진 굿즈들이 가득했다. 과연 종교의 힘은 참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