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에서 쉬어갑니다 1
그토록 그리던 빌바오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북쪽길을 걷는 내내 나는 힘이 들 때마다 ‘빌바오 까지만 가자‘라고 되뇌며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올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다짐과 이런 순례길을 원한 건 아니었다는 아쉬움이 뒤섞여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미 나는 이 길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프랑스길과 북쪽길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보기도 했다. 물론 그것들은 이미 북쪽행을 결정하기 전에도 알고 있던 것이긴 했다. 이래저래 생각해 보아도 쉽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왕하기로 한 거, 중간에 포기한다는 기분만은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이건 장단점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였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과 이 길을 즐기고 싶다는 감정 말이다.
인내, 끈기, 열정 이런 것들은 내가 살아온 사회에서 참 높게 평가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그 뻔한 속담이 말해주듯, 힘이 들면 다른 길을 찾기보다는 그 길을 참아내야 한다고 배워온 셈이다. 참고 또 참으면 무언가 더 큰 게 남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길을 걸었다.
그러다 빌바오에 도착하기 며칠 전, 결국 나는 프랑스길 행을 결심했다. 연이은 오르막에 숨은 차고, 다리는 무거운 데다가 이어지는 풍경은 계속 한국의 산들과 비슷했다. 기대했던 해변의 풍경은 제주도 환상자전거길을 걸으며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길을 걷는 나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프랑스 길로 가기로 결심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참고 또 참는 것의 가치보다 내 인생에서 어렵게 만들어진 이 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빌바오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만에 부르고스에 도착했다. 순례객이 많은 프랑스길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느껴졌다.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 그 책의 제목처럼 나도 그 길의 끝에서 행복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