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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로 Nov 21. 2022

다시 한국, 그리고 재정비

한국과 해외, 그 사이의 선택들

1년간의 중국 유학생활이 끝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본과 3학년으로 복학하며 그동안 하고 싶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교내 마케팅 동아리에 가입해서 공모전을 5회 나갔고 장관상을 받기도 했고, 교내 해외봉사활동으로 네팔을 다녀오기도 했고, 한 고등학교에 중국어 교사로 교생실습을 다녀오기도 했다. 틈틈이 언어 자격증도 따고, 해외 프로그램을 신청하며 바삐 시간을 보냈다. 바쁘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데, 마음 한편에는 공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관심 가지는 분야는 다음과 같았다. 

<중국어 교육, 마케팅, 해외영업, 국제개발협력> 


하나씩 도장깨기처럼, 바쁘게 간접체험을 해 나갔다. 교생실습을 통해 중국어 교육은 꽤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모전의 낙방 경험으로 마케팅은 꽤나 재능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시회 통역 참여 경험으로 해외영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실체가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것들에 대한 갈증을 해소되어가는데,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점점 커져만 갔다. 가장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진입장벽이 다른 일들보다 높았다. 국제개발협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시작조차 못해본 일로 남아 있었다. 한국 국제교류재단(KF), 한국 국제협력단(KOICA) 등의 포스터를 보며 막연히 '해외인턴, 해외봉사를 해보고 싶은데...'라는 생각만 짙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4학년 2학기가 되었고 친구들은 해왔던 일들을 바탕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어떤 친구들은 목표가 바뀌기도 했다. 




나는 아직 시작도 해보지 못한 일인 국제개발협력이 계속 아른거렸다. 어느 날, 학교 게시판에 붙은 해외봉사단 모집 글을 보고 설명회를 갔다. 검색하며 알아보는 과정에서 해당 단체는 사이비 종교단체였다. KOICA 봉사단으로 신청을 하자니 내가 가진 기술이 없었다. 이제는 손에서 놓아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내가 해온 일로 취업준비를 하려고 마음을 먹어가던 중이었다.



어느 날, 교수님과의 상담에서 나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교수님 : OO는 졸업하고 무엇을 하고 싶니?
나 : 모르겠어요..
교수님 : 정말 하고 싶은 게 없니?
나 : 사실, 오히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교수님 : 아무 조건 없이 다 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니?
나 :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교수님 : Why not? (생략)


교수님과의 진로상담 중, 교수님은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 물었다. 처음에는 "모르겠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교수님이 시간이 흐르고 "정말 하고 싶은 게 없니?"라고 다시 되물어주셨다. 솔직한 마음을 꺼내 우물쭈물하며,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다. 교수님께서는 "그렇다면, 아무 조건 없이 다 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니?"라고 했을 때,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나의 대답에 교수님은 "Why not?"이라는 한마디를 해주셨는데, 아직 그 순간의 울림과 공기를 잊지 못한다. 관심 있는 국제개발협력 공공기관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좋은 곳이라며, 후배가 해당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날이 성숙해진다고 해주셨다.






바로 연속성 있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교수님의 말에 용기를 얻어 가슴 한켠에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 잡게 되었다.


누군가 보면, 흔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하겠지만. 4학년 2학기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님에도, 조금이라도 헤매는 모습을 보이면 대다수 어른들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 너는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헤매고 있냐는 이야기, 전공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느닷없이 직업들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늦지 않았다며 시작부터 해보라는 교수님의 말씀 덕분에, 나는 하고 싶던 일을 한 번 더 해보기로 했다. 






교수님 덕분에, 저는 지금 가장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있네요. 간사하게도, 꿈꿨던 일을 하면서도 현재에 주어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던 요즘이었습니다. 메일로도 인사를 드렸지만, 이 글을 쓰며 교수님께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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