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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로 Dec 06. 2022

여행을 사랑하게 된 이유들

해방감을 주기 때문에

첫 여행은 한국생활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일본이다. 첫 해외여행이라 기대가 컸고,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곳을 방문하는 것이 똑똑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친구와 4박 6일 오사카, 2박 3일 오키나와 총 6박 7일을 발이 불어 터지도록 걸어 다녔다. 가성비를 따졌기에 돈 아끼기에 여념이 없었고 일정이 비면 하나라도 더 보려고 했다. 미리 일정을 다 짜고 버스 편까지 알아봤기에 유심도 사지 않고 여행을 다녔다. 우리는 여행을 다녀오고 저렴한 비용에 많은 경험을 샀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꼈다. 여전히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그 당시 여행은 여유는 없고 바쁘고 효율성을 뽐내는 여행이었다.




알 수 없는 여정으로 조금 달라진 여행


첫 배낭여행


중국에서 첫 방학을 맞이했다. 유학생 친구들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갔다. 나는 방학이라는 좋은 여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중국 여행을 할 시간도 금전적 여유도 넉넉지 않아 미뤄두고 있었기에 방학을 이용하여 배낭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첫 목적지는 대만이었다. 북경에서 대만을 가는 비행기는 너무 비쌌기에, 북경-광저우는 기차를 이동하고 광저우-대만은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여행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평소와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중국의 가장 큰 명절 춘절을 앞두고 있어 중국 전 국민이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1시간 내내 줄을 기다리기만 했고 아깝게 기차를 놓쳐버렸다.


당시, 표를 사고 기차를 향해 힘껏 달려갔다. 기차는 아직 떠나지 않았었다. 역무원에게 기차가 눈앞에 있는데 들여보내 주면 안 되냐며 이야기를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허무하게 기차를 함께 놓친 중국인 언니가 있었고, 언니와 함께 터덜터덜 돌아가며 각자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 나누었다. 언니는 다른 기차표로 교환을 할 수 있었고, 기차를 기다리며 내가 광저우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문제는 춘절을 앞두고 광저우로 가는 기차는 모두 매진이었다. 북경에서 대만을 가는 직행 비행기도 없었다. 언니는 이 방법, 저 방법을 찾아보더니 기차를 타고 당장 텐진을 가서 텐진에서 비행기를 타고 광저우를 가는 것을 제안했다. 언니의 도움 덕분에, 손쉽게 다른 경로를 찾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여행을 사랑하게 된 이유

첫째,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언니 덕분에 한 달간의 배낭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처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광시성에서 만난 중국 언니


원래 계획대로라면 중국의 남방지역에서 육로로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여행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된 배낭여행으로 체력이 바닥났고 외로움으로 지쳐버렸다. 북경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북경을 가는 표도 춘절로 인해 매진이거나 너무 비쌌다. 광시성 계림 여행 후, 이곳도 저곳도 가지 못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게스트하우스 같은 방에서 만난 중국인 언니가 활력이 넘쳤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언니는 다시 여행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었고, 덕분에 함께 베트남 하노이와 다낭을 여행했다.



둘째,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대만에서 처음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숙소를 나서면서 '대만 여행, 대만 맛집, 대만 가볼 만한 곳'을 네이버로 검색하고 구글맵으로 경로를 정했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게 되네?’라는 생각과 동시에 해외여행이 장소만 다르지 국내여행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그때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맛보았다. 여행 일정이 효율적이지 않고 부족해도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곳과 내키는 곳으로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여행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이후, 나의 여행의 목적은 해방감이 되었다. 바쁜 학기 생활, 바쁜 회사 생활에 여행을 곁들이는 것은 버틸 힘을 주었다. 학업과 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느 정도 강도가 높아지면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 필요했다. 일상에서 매일 계획을 세우고 일정량을 목표에 대한 성취를 해나가다 보면 자유롭게 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열심히 달리고 쉴 틈을 주는 그 여유가 좋았다.






꿈꿨던 일과 하고 싶던 일인 여행을 떠올리면 충만함, 충분함 정도의 단어가 생각난다. 여행에서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날그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이 자유로움이 좋았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유가 좋아서 여행을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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