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나로 Oct 12. 2022

돈은 없지만, 중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중국에서 무료로 공부하기 위한 준비 여정


중국학과를 졸업했다. 

전공에 대한 대화를 할 때면 자주 "중국어 잘하시겠네요, 중국 다녀오셨어요?"라는 말을 듣고는 한다. 그럴 때면, "네, 전공이어서 좀 할 줄 알아요."라고 중국에 대한 애정 가득한 한가득한 마음을 숨긴 채 가볍게 대답하곤 한다. 애정 어린 말을 전하고 싶지만, 낯선 사람과 대화 중에는 중국을 욕하는 경우가 많기에 조심하는 편이다.


중국이 왜 좋았을까? 

젊은 시절 호기롭던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학 이후, 중국 여행을 두 차례 더 다녀왔다. 잊고 지냈던 시끄러운 차 경적소리와 무질서한 거리가 되려 반가웠다. 일부 기억은 조작되었는지 유학을 떠올리면 언제 꺼내먹어도 달콤한 추억이 되었다. 준비과정이 어땠는지, 가서 어떤 고생을 했는지 등은 기억 등은 저편에 가버렸다.


이번 글에는 기억 조각조각 떠올리며, 중국 유학이라는 문을 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2014년도 1월


중국학과를 다녔지만, 영어를 먼저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1학년 때는 영어기숙사에 지내고, 토익을 공부했다. 중국어 공부보다는 영어공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다 보니 학과 친구들에게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처음에는 부인했지만, 점점 전공과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2학년이 되면서 마음을 다잡아 전공에 더 집중해보고자 마음먹었다.




✅ 2014년도 7월


중국학과에 1달간 어학연수를 보내주는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학과 친구들이 많이 지원했고 나도 다녀오고 싶었다. 알아보니 사비로 약 100~15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시 그 금액은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형제들이 많은 탓에 엄마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사소한 생활비도 절약했고, 도저히 그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부모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단기 어학연수를 단념했다.


이후 부모님과 대화하며 학과 친구들은 연수를 갔다는 이야기를 하며 나도 모르게 부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엄마는 내가 혼자 끙끙 고민하고 있던 것을 알고 서운해했다. ' 정도 금액은 지원해줄  있으니 다음부터는  이야기해줘.'라고 하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부모님께 이야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엄마가  말을 해준  순간, 어디에서 어떤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이야기했는지까지 기억에 남는다. 가족들이 실제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가족들은 언제든 나를 지원해줄  있지만, 내가 선택적으로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입장이  것이다. 스스로 경제적인 것을 채워나간다는 것은 자존감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이후 해외에 나갈 때마다 경제적인 문제를  씩씩하게 해결해나갈  있었다.


단기연수를 못 갔으니 장기연수로 중국을 다녀와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혀졌다. 더욱이, 학과 친구들의 대부분이 중국 경험이 생겼기에 더 잘 준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중국을 갈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았다.


1. 학과 연계 프로그램

- 기간 : 1년

- 학점 : 학과 전공 15학점

- 비용 : 매우 비쌈


돈 주고 학점 산다는 말이 있었다.

학비를 본 대학교와 중국 측에 학비를 각각 납부한다.

  

2. 교환학생

- 기간 : 6개월~1년

- 학점 : 본인이 선택하는 만큼 전공 및 교양학점 취득

- 비용 : 중간


학비, 기숙사비, 생활비를 납부한다.

학비는 중국 학교 측에만 납부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4가지 옵션 중에 2번째로 저렴한 방식이었다.


3. 공자아카데미 총부 장학생

- 기간 : 1년

- 학점 : 학교마다 상이 (교양 6학점 인정)

- 비용 : 학비, 기숙사비 무료 + 생활비 월 50~55만 원 지원

- 특징 : 휴학하고 다녀와야 한다.


4. 유학원

- 기간 : 6개월~1년

- 학점 : 별도 인정되지 않음

- 비용 : 가장 비쌈 (학비, 기숙사비, 생활비 본인 충당)

- 특징 : 휴학하고 다녀와야 한다.


다양한 경로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끌렸던 것은 공자아카데미 총부 장학생 프로그램이었다. 그 이유는 첫째, 부모님의 지원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둘째, 당시 공부하던 섬유패션 복수전공과 교직을 모두 이수하고 싶었기에 학과 전공학점을 받는 것보다 휴학을 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공자아카데미를 통해 중국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 2014년도 9월


한국에서 공자아카데미를 신청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공자아카데미 수업을 n0 시간 이상 들어야 신청 시 유리했기에, 교내 공자아카데미 수업을 아침 및 공강 시간을 활용하여 들었다. 다음으로, 중국어 기숙사를 등록했다. 중국어 기숙사는 기숙사비 반액 지원뿐만 아니라, 주 8시간의 수업을 무료로 제공해주었다. 중국어를 내 삶에 녹여보려는 연습을 계속해서 했고, 프리토킹은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중국문화와 중국어가 익숙해져 갔다.




✅ 2015년도 3월


공자아카데미 총부 장학생 지원시기가 다가왔다.


당시 중국어가 부족했기에 지원서를 적을 때 하나하나 번역기를 돌려가며 준비를 했다. 나의 스토리를 적는 지원동기와 미래의 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같은 학과의 중국어 특기생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내가 원하는 표현으로 번역할 수 있었다.


중국 공자아카데미의 목적은 중국-한국의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었고, 직업인이 되었을 때 중국과 한국의 교류를 활발히 하는 업무를 하겠다고 적어 내려갔다.


면접 절차까지 진행한 후 결과 발표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다. 무언가 불확실한 결과를 처음으로 아주 오랜 기간 기다려보는 것이었을 것이다. 불확실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다. 비슷한 시기에 교환학생 지원서를 준비했던 친구는 일주일 만에 교환학생 결과가 나왔고 나의 불안은 더욱 고조되었다. 중국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 간절했었나 보다.


다행히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기쁨도 잠시, 2015년 6~7월에 터져버린 메르스로 인해 일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억울함과 막막함이 덮쳤다. 어떻게 준비한 여정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막연히 기다리기도 한 두 달째 다행히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져 출국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9월 입국 예정인 중국 유학을 준비할 수 있었다.


유학 준비 과정이 그토록 막연했던 이유는 교환학생, 학과 프로그램에 비해 공자아카데미 프로그램은 뚜렷한 합격기준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HSK 점수가 높은 순도 아니었으며, 학점이 높은 순도 아니었다. HSK 성적, 학점, 지원서, 중국어 수업 이수 시간 등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중국 학교 측에서 선발했다.






공자아카데미 총부 장학생 준비기간은 캄캄한 터널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유학 준비는 처음 자의로 던져본 불확실한 주사위였다. 잘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뒤덮었을 때가 많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보고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떨어지면 다른 방법으로 중국 가는 방법을 모색하면 되는 거였다.


그때의 경험이 불확실함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나를 만들어주었다. '안되면 어때?, 준비한 실력과 경험, 어디 따로 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프로그램 지원하면 되지!'라는 마인드 장착을 하게 되었다. 이 경험 덕분에, 막연하더라도 관심 있는 일이 있으면 일단 던져보는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전 02화 영어기숙사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