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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로 Oct 11. 2022

영어기숙사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다

다채로움의 첫 단추가 되어준 공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와보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고등학교와 달리 자유가 주어지고 선택권들이 생긴 것이다. 다양한 활동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식사에 비유하자면 고등학교 때까지  가지 반찬을 매일 먹었는데, 대학교에 와보니 진수성찬 차려진 것이 아닌가. 갑자기 풍부해진 밥상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고기반찬부터 먹어야 할지, 해산물 요리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행복한 고민의 시작으로 멋진 대학생의 그림을 그려보았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 '봉사활동을 하면 근사해 보일 것 같아', '학점을 잘 받아보고 싶어'등의 욕구를 읽어나갔다. 하지만, 당장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다 보니 그런 욕구와 호기심보다는 학교 수업과 학과에 적응해나갔다. 2학기에는 천천히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중, 학교 외국어 기숙사가 눈에 띄었다.


영어기숙사에 살면 다음과 같은 혜택이 있었다.


1. 기숙사비를 반액 지원해준다.

2. 저녁에는 영문학과 교수님 혹은 원어민 교수님의 영어수업을 주 8시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3. 외국인과 룸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4. 할로윈 행사, 기숙사 축제, 종합 운동회, 종강식 이벤트를 참여한다.


모든 혜택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당장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논스톱에서 보던 모습을 상상하여 교내 외국어 기숙사에 지원했고, 외국어 기숙사의 주민이 되었다. 입주한  얼마 되지 않아 층장 공고에 눈길이 갔다. 층장을 하면 기숙사비 지원을 50% 해주는 장학 혜택이 있었다. 거리낌 없이 지원하고 합격하여 여자 층을 담당하는 층장으로 활동했다. 층장을 하며 외국인 친구들과 조금씩  대화를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물  개구리와 같았던 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있었다. 특히,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룸메이트는 외국인은 아니었지만, 필리핀에서 10년 이상 살았던 언니었다. 논스톱의 한 장면처럼 다양한 이웃들과 삼삼오오 이웃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 기숙사라면 이런 일이 없지만, 특수 기숙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너도 나도 아는 사이가 되었다.


외국어 기숙사를 살면서 좋은 점은 외국 문화와 영어에 노출되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교수님들도 일부러 더 노력을 해주셨다. 할로윈이 다가오면, 외국에서 어떻게 할로윈을 보내는지 생생하게 설명해주고 기숙사에서 할로윈 행사 자리를 마련했다. 기숙사 축제 때는 영어기숙사 팀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부스를 마련하여 여러 문화권의 음식을 준비하고 판매하는 일을 했다. 체육대회가 있을 때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팀을 꾸려 행사를 진행했다. 층장으로서 일부 게임 진행을 일을 맡았어야 했다. 닭다리 싸움을 설명하기 위해, 미리 스크립트를 짜고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에게 계속 물어가며 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할로윈 축제 사진



주변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던 것은 그때부터였다. 교내 홍보대사로 일하는 언니, 필리핀에서 오래 살았던 룸메이트 언니 등 그곳에서 만난 인연은 교내의 재밌는 프로그램들을 알려주었다. 예로, 학교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2명과 한국인 2명이 팀을 꾸려 지역탐방을 다녀오는 등 조그마한 활동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토익캠프를 친구들과 같이 신청해서 방학기간에 토익 수업을 같이 듣기도 했다.


영어기숙사에 산다고 나의 영어실력이 드라마틱하게 향상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달라진 것은, 환경변화와 조금씩 영어권 문화에 스며든 것이다학교 안의 작은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관심사를 실현하기 위한 작은 몸부림으로 내가 원하는 관심사와 목표로 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 당장에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지만 큰 산처럼 느껴져서 시작도 못했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 분명, 당신을 응원해주는 사람 혹은 함께 그 길을 걸어갈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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