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대했던 나의 자세
나는 독립적이었다. 연애는 귀찮았고, 상대방을 알아가는데 쓰이는 에너지보다 자기 계발이 중요했다.
그런 내가 누군가 함께 발을 맞춰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 연애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유보다는 안정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함께할 미래를 그려가며 발맞춰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와 헤어진 지 훌쩍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혼자 하는 것들이 차츰 익숙해졌다. 홀로 여행을 가는 중, 다음에는 혼자 유럽을 갈지, 아프리카를 갈지, 다른 아시아 지역을 갈지 막연히 생각했다. 이토록 혼자 잘하는 나인데, 그때의 나는 여행만큼은 그와 함께 가고 싶어 했다.
지난 연애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자유롭고 싶어 하는 면모를 보이면 서운한 티를 냈던 그였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한 발짝 물러서던 그였다. 서로 표현하는 만큼 아껴주는, 마음을 계산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나에게 맞는 사람일 것이다. 나에게는 의지해도 그 의지하는 모습조차 사랑스럽게 봐주는 사람을, 그는 자신을 밀고 당겨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그때의 나의 마음은 그저 꾸밈없었다. 지금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계산 없이 사랑했다.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이 좋아서, 모든 단점들도 사랑으로 뒤덮을 수 있었다.
문득문득 지난 연애를 돌이켜보며, 어쩜 그렇게 폭 스며들었을까, 한 번을 질려하지 않았을까, 신기하기도 하다. 그건 그의 매력보다, 오래오래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자세인 나의 고유한 성질인 것을 알고 있다.
지난 연애에 대해 나의 태도나 자세는 끝까지 일관되고 진심이었다. 끝에는 이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생각보다 내가 더 소나무 같은 사람이었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