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렌터카 풀커버를 해야 하는 이유
이탈리아에서 3박 4일간 차를 빌려서 운전을 했어.
그 유명한 피렌체부터 로마까지 이어지는 투스카나 지역을 아빠와 자유롭게 달리기로 했지.
렌터카를 빌린 첫날이었어. 우린 피렌체에서 피사로 달려갔고,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직접 올라가기도 하고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지켜보았어.
차가 있으니 피사 근처에 바닷가까지 마음껏 보고 오자는 생각에 이탈리아 서부 해안으로 달려갔지.
엄청난 지중해 파도를 마주 보며 아빠는 사진 삼매경이었어. 돌아가는 날 우리는 피렌체에서 카우치서핑을 하기로 해서 coop에서 장을 보고 가기로 했지.
이것저것 카우치서핑 호스트랑 먹을 것을 산 후에 차에 모든 것을 실었어.
출발하기 전, 주차장에서 열심히 차를 빼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퍽 하더니 기우뚱! 하는 거야.
아빠랑 눈이 마주치고 바로 차에서 나왔어. 무슨 일인고 하고 보니 나이 지긋하신 80살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다마스 같은 트럭이 후진하다 내 차 운전석 뒷자리를 박은 거야.
아빠와 나는 놀란 표정으로 그대로 운전하고 떠나려는 할아버지를 불러 세웠어.
일단 영어가 안 통하니 구글 번역기로 설명했지.
"저희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인데 렌터카라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야겠어요."
"전화할 필요 없어. 나 때문에 찌그러진 거 아니야."
할아버지가 발뺌하시는 거야. 차에 있는 렌터카 전화번호 들이대니까 자기가 한 거 아니라고 손사래 치면서 가야겠다고 하더라고.
처음에는 보험회사에 전화하려고 했다가, 마음을 고쳐 먹었지. 여행을 위해 그냥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렌터카 빌릴 때는 되도록이면 풀커버로 보험을 들어놓는 게 이번에 도움이 되더라고.
차 빌릴 때도 차량 사진 찍을 필요 없고 그대로 반납하면 된다고 했어. 아마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일이 흔한가 봐. 다들 한국사람처럼 성질이 엄청 급해서 운전할 때 깜짝 놀란 적이 많았어.
그래도 다들 착해서 지켜보던 다른 분들은 가해자 차량 사진 찍어두라고 손짓으로 알려주기도 했지.
사고로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이탈리아에서 또 아주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길 뻔했지 뭐야.
돌아오는 길에 다행이라고 안심하며 아빠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봐. 나이 들어서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말도 하지. 다만 '나도 언제나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그만큼 조심해서 사고가 날 일이 줄어들 텐데 말이야."
아빠도 점점 순발력이 느려지는 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아빠도 운전하는 게 무서워진다고 해서 조금은 슬퍼졌어.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몸이 변화하는 것은 받아들이되, 계속해서 배우고 끊임없이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기존에 알던 대로 운전하거나, 살아간다면 실수는 더 많아지겠지."
내가 아빠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어. 이건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다 필요한 말인 것 같아.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되,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아빠도 나이가 들면서 포기하는 게 없었으면 좋겠어. 더 도전하고 조그마한 실수는 괜찮아하며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나도 엄마, 아빠가 나이 드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더 도전하게 도와주고 싶어.
"다음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이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
#이탈리아여행 #이탈리아렌트 #피사 #피렌체 #투스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