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2>
이번 제주살이에 가장 잘 가져온 물건.
브리타 정수기.
물을 참 많이 마신다.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찬 물을 먹으면 배가 아픈 슬픈 현실이랄까. 제주살이 이번에는 한 숙소에 머물기에 브리타 정수기를 챙겨본다. 섬에서 소화할 수 있는 쓰레기만 배출해야 하기에. 최대한 생수를 사 먹지 않기 위해 정수기를 가져온다. 다른 건 어쩔 수 없지만 생수병만큼은 최대한 소비하지 않으리.
제주 집은 참 조용하다.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아침에는 고요함에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삶.
(아 물론 벌레는 많다. 2일 차에 하루 만에 두 마리나 만난 다리 많은 친구들…ㅎ)
눈 뜨자마자 지미와 오름으로 떠난다. 근처 오름 중에 리뷰가 있는 곳으로. 리뷰 없는 곳은 잘 못 골랐다간 정글탐험을 할 수 있기에 패스. 느지리오름. 모지리 같기도 하고 느긋한 오름 같기도 하다. 정상은 볼 게 없지만, 오름 냄새가 좋다. 말똥냄새, 돼지똥냄새, 풀냄새, 불 땐 내 (불태운 냄새). 썩 좋은 냄새는 아니지만 계속 맡고 싶은 시골 가을 냄새.
시원하게 땀 내고 근처 식당으로. 역시나 밥도둑은 공복유산소. 식당 사장님이 칭찬할 정도로 깨끗하게 다 먹고 나온다.
불면증이 있다면 운동을 해보길. 집 와서 낮잠 때리기. 지미는 할망과 할방에게 꼭 붙어서 잔다. 깜딱지.
여름에 손가락 다치고, 목도 다치고. 물놀이를 못 했던 것이 한. 날이 좋아 바로 판포포구로 풍덩.
물고기가 내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슈슈슈슈슈슈슉. 스노클링 하며 귀까지 물에 넣고 조용히 헤엄치다 보면 소리가 들린다.
큰 물고기들이 쩝쩝대는 소리랄까. 한참 물고기들 위를 날아다니듯이 따라다닌다.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 스노클링, 요가. 둘 다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이다. 기분 좋은 가벼움.
쉼박질 동안 읽을 책을 고르러 책방에 간다. 달리책방. 책 컬렉션이 취향 저격. 한참을 고르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산다.
모르고 골랐는데 우연히 제주 4.3 사건 이야기네. 제주에서 푹 읽기 좋은 책.
점심은 간단하게 어제 하나로마트에서 산 빵과 커피, 귤
저녁은 너구리 라면과 밥, 제주감자로 직접 만든 감자수프, 낫또 샐러드
가볍게 헐렁하게 먹고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