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3>
여행에서 어떤 것을 꼭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전망 좋은 카페에 꼭 가요.”
“놀이터에 가서 그 나라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봐요.”
여행을 즐기는 법이라는 주제로 나름 멘토링이라는 것을 해보며 다양한 답을 들어본다. 세어보니 벌써 약 40개 나라를 가봤더라. 방문한 국가의 개수가 중요한 건 아니다. 몇 시간 머문 곳도 있고, 여러 번 방문한 곳도 있으니.
여행에서 어떤 것을 하나 생각해 보니 일상의 모습들을 똑같이 하고 있더라. 그 시절 좋아하는 것들을. 여행지를 뛰거나, 산을 가거나, 조그만 서점에 가거나, 요리 수업을 듣거나. 결국 일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면 평소에도 여행하듯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에는 계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그득그득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 진정한 자유를 얻어서 그런가. 일상에 소중한 것들이 많아져서 그런가.
국제요가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이후에는 여행마다 요가를 들으러 다닌다. 못 알아들어도 그리스어로 수업을 들은 적도 있고,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요가 수업을 듣는다. 애월 바다 앞 요가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의자 요가에 도전.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의자의 도움을 받으니 훨씬 쉽다. 역시 무엇이든 해보면 자극이 된다. 사용한 매트를 닦을 때 물티슈를 쓰는 곳이 대부분인데, 재사용 수건을 사용하고 빨래를 하더라. 나중에 요가원을 한다면 본받을 점이 참 많다.
요가를 하니 글을 쓰고 싶어진다. 몸과 마음이 정리된다. 매일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를 쓰기로. 하루하루 소중한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잘 남겨두기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최고의 와인]
고양이와 핸드드립커피가 유명한 카페에 책 읽으러 간다. 매장에 있는 책은 사장님의 취향을 반영한다.
#스페셜티커피 #위스키 #무라카미하루키 세 가지 키워드로 꽉 찬 책들. 그중 ‘바르셀로나의 햇살에서’를 골라본다. 취향에 벗어나 있는 유일한 책.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놀랍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에요. 사람도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를 실천하면 나 자신과 타인에게 맛있을 수 있을까.”
내추럴 와인이 맛있던데. 이런 비밀이 있구나. 낫또도 그렇고, 요구르트, 사워도우빵. 시간이 만들어주는 맛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나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갖기. 명상 같은 시간을 항상 의식하고 챙기려 해야지.
[잘하는 것은 몰입하는 것]
몰입하는 자는 누구나 알아본다. 잘하는 것은 몰입하는 것.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
우리들의 발라드 프로그램을 넷플릭스로 본다. 제주 밤은 고요해 발라드와 잘 어울린다. 제주에 있어서 제주소녀가 마음에 들어온 건 아니다. 으아. 가슴이 아프다. 노래 듣다가 차태현처럼 흐어어어 하면서 울어버린다. 이지고잉피스 카페 (EP카페)에서 발견한 또 다른 책 쇼펜하우어의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책이 바로 떠오른다. 보여주기보다는 몰입하는 삶을 향해 가야지.
[고양이인줄 아는 강아지]
지미는 금치를 따라 한다. 그루밍하는 강아지. 서로 닮아가나 보다
#바다위요가원제주 #이피커피 #우리들의발라드 #이예지팬 #제주한달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