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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드림보드 만들기

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4>

by 모아나

드림보드 만들기에 도전. 감사하게도 제주 올 때 필름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좋은 것들을 평생 간직하라는 뜻이겠지. 닮고 싶은 것들을 담아본다. 사진을 인화해 집 한 구석에 드림보드를 만들어 봐야지. 원하는 삶의 모습들을 담아보는 하루하루.

funsaver라는 말이 찰떡. 벌써 두번째 오르는 새별오름. 강아지 사진 찍기는 애기 사진 찍기와 같다.

그 첫 번째 사진은 해인의 땀방울이다. 새별오름을 오르고 정상에서 찰칵. 건강함의 상징, 목 뒤로 흐르는 땀방울은 해인이 기분 좋게 운동했을 때 볼 수 있다. 평생 건강하게 움직이며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새별오름에서 작년에 강아지를 주웠다. 누군가 버리고 간 7마리 새끼 강아지들. 지미와 닮아서 오가는 이마다 "얘가 엄마예요?"라고 어느 것 하나 맞지 않은 질문을 받았다. 그중 가장 먹성이 좋고, 중간부터 안고 내려온 강아지를 순창 철이와 정이(아빠, 엄마) 집에 데리고 갔다. 새별오름에서 주워온 '별'이를 생각하며 뒤편에는 골프장이 펼쳐진 아쉬운 상황을 바라본다.


두 번째 드림포토 사진은 차에 켄넬에 들어가 있는 지미 사진. 지미야.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여행 다니자. 같이 걷고 뛰자.

참솔식당 산채비빔밥과 수제된장

진짜 음식을 좋아한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담은 산채비빔밥. 식당이 있는 유수암 마을에서 난 콩으로 만든 전통방식 된장이라니. 된장국을 먹어보곤 안 살 수 없어 바로 사게 된다. 한국판 파머스마켓이다.


귀요미 계란들 유치원 차량. 멍때리게 되는 뷰. 유시민 작가님 안녕하세요

바다가 뻥 뚫리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일기를 쓴다. 옆자리에 낯익은 얼굴과 목소리. 유시민 작가님이 보인다. “어떻게 살 것인가” 책부터 시작해서 썰전부터 알쓸신잡까지 애청자로서 지난 20대가 후루룩 지나간다.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시길래 몰래 뒷모습만 남겨본다. 반가웠습니다. 다시 한번 책 내용을 들춰본다.


"일과 놀이가 인생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랑과 연대 solidarity라고 나는 믿는다."


일, 놀이, 사랑, 연대. 각자 정의한 4가지를 삶에 골고루 녹이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세 번째 드림보드 사진은 지는 노을. 매일 노을을 맞이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값질지 생각하며 찍어본다. 숙소 바로 앞이 해변이니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음에 또 감사하며. 신나게 놀아본다. '아들'이라는 이름을 가진 잉글리시 쉽독 까만 강아지와 지미가 신나게 뛰어노는 해변.


저녁은 아침 참솔식당에서 야무지게 싸 온 남은 산채비빔밥을 다시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다. 하루 한 번만 식당에서 사 먹으면 두 끼를 해결한다. 산책 후 한번 더 우리들의 발라드를 본다. 공백을 두려워하지 않는 가수라니. 여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틈을 즐기는 사람은 멋있다. 마지막곡 네버엔딩스토리를 들으며 또 울어버린다. T 100%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F라서 방어하기 위한 작전으로 심드렁 씨로 살았나 보다. 요가를 해서 그런가. 나이가 들어 그런가. 앞으로는 감정을 더 보살펴 줘야지. 공감도 에너지라,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없으니 넘치는 체력으로 연대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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