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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집중해 봐

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5>

by 모아나


오히려 다른 곳에 집중해 봐

서쪽의 꽃이라 불리는 오름. 금오름에 오른다. 확실히 대형견이 많다. 내려올 때 목이 아프다. 이유를 고민하다 내전근부터 시작하는 코어 힘을 잡아보기로 한다. 오름에서 내려오며 무릎 스치며 걷기를 시도해 본다. 훨씬 나아진다. 몸도 어느 하나 혼자 고장 나는 부분이 없다. 목이 아프면 발 아치에서부터 내전근까지. 오히려 다른 부분을 신경 쓰다 보면 연달아 괜찮아지듯이. 삶도 지금의 문제에 너무 파묻히지 말고 다른 곳도 바라봐보기.


[남긴 것도 다시 보자]

저지리. 지난해 제주관광공사 일로 자주 왔다. 아침 식당 웨이팅을 기다리는 중 저지 떡집에서 쑥떡 하나 클리어. 제주는 아직 옛날 방식 떡집들이 남아있다. 추석연휴라 제주 제사상에 올라가는 다양한 떡들이 보인다. 밥을 다 먹고는 갈치구이를 반이나 남겼다. 반찬까지 함께 싸가자는 해인. 역시 점점 닮아가나 보다. 반찬까지 가져오는 경우는 없었는데 왜 이제 생각했지? 저녁으로 아주 싹싹 다 먹고 기쁜 마음.


[카페에 앉아 나눈 대화]

“한 달 살고 있어요.”

“지미는 부자네~~”

앗 그런 건 아닌데.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본 부자란 무엇일까. 한국 부자 기준은 비금융자산(빚과 부동산)을 제외하고 가용 현금자산이 10억 이상이라고 한다. 넵넵. 일반적인 부자 말고 한 달간 만 시간 부자 하기로 한다.


[삼촌]

지나가는 길 제주 할머니에게 말을 건다.

“무화과나무예요?”

“응 아직 설익어서 못머겅. “

아 참. 대화가 끝나니 생각난다. 제주에서는 손윗사람에게 ”삼춘“이라고 부르면 적어도 섬에 오래 산 사람이라 생각한단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구절. 다음에는 꼭 삼춘이라고 해야지.


[암묵적 룰]

해인은 목이 아프다. 고질적인 목디스크. 한의원에서 치료받은 추나를 야매로 시도해 본다. 괄사와 망치로 경추와 흉추 사이를 콩콩 때려 자리를 잡게 해주는 방식. 도구 따위는 없어 돌돌이 손잡이로 시도한다. 와우 성공적. 5일간 목이 무거웠다고 한다. 목 치료를 하니 수영도 할 수 있겠다고 한다.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 물을 무서워하는 해인에게 생떼를 부린다. 물이 싹 빠진 협재해수욕장. 엄청 큰 초록 물살이(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선택한 단어)를 따라다닌다. 정말 천천히 움직여서 이러면 안 되지만 옆구리를 한번 콕 찔러본다. 물살이가 말할 것 같다. “어랏. 이거 우리 사이 룰 아니었나. 저는 헤엄치는 걸 보여드리고, 여러분은 그걸 구경하는. 서로 만지지는 않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당황한 물살이는 포로록 헤엄쳐 떠난다. 미안. 금기를 어겨버렸네. 다음에 만나면 꼭 사과할게.


#금오름 #뚱보아저씨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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