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의 삶을 엿보다

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11>

by 모아나

고등학교 3년 내내 기숙사 같은 방을 쓴, 제일 친한 친구의 결혼식날이다. 지금은 섬사람이기에 비행기로 육지에 잠깐 다녀온다. 아침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 스타벅스에서 해인과 간단한 브런치를 먹는다. 이것도 여행이지. 간단한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광주공항으로 향한다. 효년답게 정이와 철이를 광주공항으로 불러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한다. 제주에 살게 되면 딱 하나 아쉬운 점. 육지왕복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철이 차로 160km까지 최고 속력을 내본다. 제발 신부대기실 사진 찍는 데 늦지 않길. 오랜만에 만난 팔선녀 친구들과 전국에서 완주로 모여 결혼을 축하한다. 친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것도 큰 행복. 멀리서 오느라 피곤한 마음을 넘어 이런 것이 삶이 아닐까 싶다.


정이는 추석 때 못 먹은 송편을 직접 만들어왔다. 제주까지 가져가라고 철이와 정이가 손수 딴 밤과 쑥 인절미와 함께 바리바리 싸준다. 제주에 정착한 것 같은 느낌. 박스를 들고 비행기에 오르니 다른 사람들처럼 귀경길 아닌 귀도길에 오른 느낌이다. 제주 출장 오면서 항상 남은 자리 중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창가에 앉게 된다. 항상 지미와 해인과 노을 보는 시간대에 비행기에서 보니 아름답다. 오징어배 불빛이 하늘 위 별빛과도 같다. 비양도 바로 앞이 협재. 하늘 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가둥이들처럼 한참 동안 창문에 이마를 박고 구경한다.


픽업 나온 해인과 함께 놀러 온 친구네와 딱새우를 먹으러 애월로 간다. 사장님 알고 보니 수상안전요원 교육하는 강사 출신이시다. 된장도 직접 만들고, 자부심이 엄청나다. 제주 사람들은 된장에 진심이다. 순창사람들은 사실 그렇게까지 장부심이 없는데. 나름의 반성. 횟집에서 직접 부속 부위까지 설명해 주시는 곳은 또 처음이다. 장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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