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마지막 편

by 모아나

<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마지막 편


“곶들에 가그네 낭 해오라이, 갠디 자왈드랜 가지 말라이”


숲에 가면 나무해와라, 그러나 가시덤불에는 가지 말라. 숲(곶)에서 나무(낭)를 베면, 햇빛이 들어와 가시덤불(자왈)이 자란다. 사람들이 가시로 인해 접근하지 못해 시간이 지나면, 나무가 다시 자라 숲(곶)이 되고 가시덤불(자왈)은 죽는다. 곶(숲)이었다가 자왈(숲)이 되고 곶과 자왈을 반복해 ‘곶자왈’이라 한다. 땔감이 나왔다가 가시덤불이 되기도 하는 곶자왈을 보며 우리네 인생 같다고 느낀다. 쓸모가 있다가도 쓸모없기도 한 때가 온다. 밝을 때가 있으면 어두울 때도 있는 법. 기다리다 보면 때가 되니 조급해하지 말고 인생 파도를 서핑하듯이 타보기로 한다.


제주살이 17일 만에 해인은 숙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을 보내고, 따로 지미와 산책을 나간다. 저지오름 둘레길을 걷기도 하고, 선인장 군락지를 걸어보고, 금능해변에서 차박하며 낮잠도 때리고, 지미 친구 루다가 있는 카페에서 책도 읽고 에스프레소도 마신다. 해인과 함께할 때와 똑같은 것을 날 좋을 때 하는데. 이상하게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다. 기쁘지 않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는지보다 누구와 하는지가 중요한 지 새삼 느껴지는 하루. 연리지 나무처럼 같이 있다가도 떨어져 보기도 하면 서로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된다. 다시 만나 해인에게 얘기하니 호탕하게 껄껄. “혼자 있고 싶다는 나를 배려하려다가 베려버렸쓰” <배려s Day>라고 하기로 한다. 투머치 배려로 배렸쓰.


“내 새끼 멕이자고 내 숨 팔어 살지”. - <폭싹 속았수다> 잠녀(해녀) 광례 대사


인간은 단 5분만 호흡하지 못해도 곧바로 죽게 된다. 곡기를 끊는 것보다 숨을 쉬지 않는 것이 가장 죽음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목숨’ 사람이나 동물이 숨을 쉬며 사는 힘. 생명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생명, 숨을 파는 행위는 무엇인가. 상군(최고) 해녀들은 최대 3분가량 숨을 참고 15m 이상 깊이에서 물질을 한다. 프리다이빙 하듯이 한 두 번 한다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해녀는 길게는 하루 10시간 가까이 잠수한다. 잠녀는 단순히 숨을 참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인생을 건다. 그들의 인생을 담은 점복과 뿔소라. 단순히 내 새끼 먹이려고만 목숨을 걸지도 않았다. 바다 일부를 ‘학교바당’으로 지정하고 수익금으로 4.3 때 사라진 초등학교를 재건. 전국 최대 항일운동이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성 주도로 이뤄진 ‘제주해녀항일운동’. 알면 알수록 멋진 어른이자 위인으로 한 분 한 분 대하게 된다.


요가에서도 호흡(프라나야마)은 단순히 숨을 쉬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을 연결하고 조절하며 심신을 단련한다. 떠나기 전 마지막 수련. 한수풀하타요가. 협재에 조용한 고양이가 있는 주택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요가원이다. 한수풀. 한림의 옛 이름으로, 널따란 숲이라는 뜻. 호흡, 마음, 정신, 몸을 한곳에 집중하며 수련한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호흡. 조용한 마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과 그 사이로 들고 나는 파도치는 햇살. 새큰새큰 잠자고 있는 아기고양이까지. 제주 살이를 떠올리면 생각날 장면들이다. 홈요가원을 만들어보고 싶은 꿈을 꾸며 수련 마물.


마지막 협재 해변 산책. 바다는 여전히 푸르르고 육지와 다르게 여전히 따뜻하다. 바다를 향해 마음 놓고 연습하는 트럼펫 소리에 낭만도 더한다. 한림오일장에서 사 온 황금향, 레드키위로 저녁을 마무리한다. 뭉근한 상큼함으로 기억될 제주살이 끝.


지금해유 패밀리의 행복은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바로 지금이니까. 아쉬워 말고 일상을 이어가길. 행복은 바로 여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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