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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20.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16/100

완벽한 부모란?  <길모어 걸스>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티비를 보지 말자고 다짐을 해도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티비에 소비하게 된다. 최근엔 오래전 드라마를 다시 보기도 하는데, 집중해서 티비보는것을 잘 못 하기도 하고, 재밌고 신선한 드라마보다는 너무 많이 봐서 닳고 닳은 드라마를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싶기 때문이다.


길모어걸스는 10년 전쯤 봤던 드라마이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독립을 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싱글맘의 이야기. 화질도 나쁘고, 이제는 조금은 유치해진 이 드라마를 내가 최근 다시 선택한 이유는 주인공들의 관계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10년 전에도 했다. 엄마와 딸이라는 수식어는 이 둘의 관계를 완벽하게 설명하진 못한다. 둘은 가장 친한 친구며 인생의 동반자이다. 둘 사이에 비밀은 없다. 무슨 일이든 공유하지만, 엄마는 딸이 조언을 구할 때에도 말을 아낀다. 너의 선택이고 너의 인생이기에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는 엄마는 사실 본인이 원하는 선택을 딸이 해줬으면 하지만 절대 입 밖으로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딸이 스스로 선택을 할 때까지.


예전에 볼 때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가능한 것 같다며 어림짐작을 했지만, 최근에 다시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드라마 속의 어린 엄마는 딸을 키우며 많은 실수를 한다. 실패하고, 실수하고, 잘못한 것들이 많지만 그 모습을 인정하고 그런 일들로 인해 본인도 성장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딸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딸 앞에서 본인도 사람이고 실수를 한다고 울면서 인정하는 장면은 10년 전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내용이었다.


사람은 빈틈이 있어야 친해진다. 서로의 단점을 이해하면서 한층 성숙한 관계가 되곤 하는데, 대부분의 부모님은 자식들 앞에선 자신들의 단점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오죽하면 그 유명한 스카이캐슬에서 한서진은 본인의 신분조차 속이고 아이를 키웠을까? 인간이란 존재는 완벽이랑은 거리가 먼데 말이다. 엄마는 완벽할 수 없는 존재가 당연하지만, 부모가 되면 완벽한 모습만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겠지.


나는 크면서 부모의 실수를 경험하지 못했다. 내가 잘못해서 혼난 적은 많았지만, 엄마 아빠가 잘못했다며 사과를 한 기억은 별로 없는 걸 보면 엄마 아빠는 아마도 내 앞에서 잘못하지 않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셨을 일이다. 사람이 어떻게 잘못 안 하고 사나? 그렇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셨던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지만, 덕분에 나도 실수와 잘못에 관대하지 못하게 큰 거 같다. 나도 우리 엄마 아빠처럼 실패, 실수 없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나를 좀 힘들게 했다. 30대가 훌쩍 넘은 지금이야 조금 실수해도 괜찮다며 스스로 위로하지만, 10대 20대의 나는 실패와 실수가 너무 두려웠다. 아마 부모님에게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어서 일 것이다. 정작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을 하는 부모님의 실패를 나는 본 적이 없으니까.



아직 애가 없어서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육아라는 것은 그 시작부터 정말이지 큰 용기가 필요하고, 많은 고민과 계획이 필요한 일이기에 나는 아직 꿈조차 못 꾸겠다. 아이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개개인의 신념과 기준으로 키워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내 생각을 조금 말해보자면,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생각보다는, 실수도 하지만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잘 극복해나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실수하지 않는 것보다 사실 실수를 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인생을 사는 데는 더 중요하니까. 그리고 사람은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실수를 매분 매초 저지르는 신기한 동물이기 때문에.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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