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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19.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15/100

이사를 또 간다.

작년 10월 결혼을 계획하며, 장한평역의 작은 원룸 오피스텔로 살림을 합쳤다. 곧 해외로 이사를 할 계획이라 나 혼자 살던 살림에서 단 한 개도 늘리지 않고 원룸에서 두 달쯤 지냈다. 그 뒤로 우리는 다섯 곳이 넘는 숙소 임시숙소를 거쳐 신혼집이라고 할만한 지금의 방 한 개의 작은 아파트에 자리를 잡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 한 달 넘게 지낼 집을 구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그렇게 염원하였던 다이슨 청소기와 퀸사이즈 침대를 사고 뛸 듯이 기뻤다. 지금 집도 6개월의 단기 렌트였지만, 어쨌든 둘이 살아가려면 최소한의 물건들은 필요했다. 예산도 넉넉하지 않은 우리였기에 적당한 선에서 최소한의 물건들을 구매하고 집을 채웠다. 나름 신혼집인 만큼 우리의 취향이 가득 묻어나는 집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6개월만 살 집이니까 하며 꾹꾹 눌렀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지금, 이사를 한다. 작년 10월 이후 6번째 이사이다. 다행히 짐은 많지 않다. 그동안 절제하며 살았던 것 덕분에 이사를 갈 때는 홀가분하다. 값비싼 가구도, 가전도 없으니 이사가 걱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집을 둘러보아도 뭐 하나 걱정되는 물건이 없다. 역시 소유하지 않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또 한 번 배운다.


이제 이사를 하면 아마도 1~2년쯤 머무를 집을 구할 예정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새집은 꼭 내 스타일로 꾸미고 살고 싶은 욕심이 다시 올라온다. 분명 매매도 아니고 월세로 살아갈 텐데, 집을 볼 때면 벌써 어디에 무슨 가구를 넣을지 생각하는 내 모습이 웃기다. 그래 이제야 신혼집 같은 집으로 가는데 라는 핑계를 대며 시간 나면 핀터레스트에 실내장식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모습이란.


이제 일주일 남은 지금 집을 다시금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니 어느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게 없는 집. 집 바로 앞에 있는 호스텔에서 밤마다 열리는 시끄러운 루프탑 파티에 스트레스받았던 집이었다. 경찰에 전화까지 해서 저 파티 좀 끝내 달라고, 빨리 이사하고 싶다고 광광거리던 집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사를 하려니 또 이만한 집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는 동안 큰 문제도 없고, 둘이 살기에 최적의 크기라 청소로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았다. 테라스가 크지 않아서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덕분에 테라스에도 쓸데없는 물건을 채우지 않고 깔끔하게 살았다. 집값은 비쌌지만, 위치가 좋았고 덕분에 편하게 마트도 가고, 산책도 많이 했다. 아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동안 고마웠다.


남은 일주일 집안 곳곳 아끼며 마무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첫 신혼집 안녕.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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