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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29.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23/100

코로나 시대의 여행과 호텔 격리

호텔 격리 2일 차. 아직 12일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지금 내가 있는 호주는 현재 주 이동을 하려면 호텔 격리가 필수로 요구된다. 이런 시국에 이동이라니 나도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이사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쁜 일로 이사를 하는 것이라 행복하게 이동하려고 하지만 코로나가 영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공항으로 가자는 말에 스카프로 얼굴 반을 가린 택시기사는 공항이 지금도 운영은 하냐고 되물었다. 그도 정말 오랜만에 공항으로 가는 손님을 만났을 것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공항은 죽은 듯이 조용하다. 텅 비어있는 넓은 주차장을 지나 출국장에 들어서도 사람 하나 보기 힘들다.


고작 10명쯤 되었으려나? 큰 비행기에 뜨문뜨문 떨어져서 앉은 손님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끼고 이었다. 나도 추가 비용을 내고 신청한 식사마저 포기하고 물 한잔 마시지 않고 비행을 마쳤다. 이럴 때일수록 나 하나 조심하면 여러 사람에게 좋으니 최대한 조심하고 몸을 사린다. 자리에 앉자마자 손 세정제로 손을 닦고 최대한 손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잠들었다. 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역시 잠을 자는 것이 제일이니까.


공항에 도착하니 이 공항도 별반 다를 것 없이 텅 비어있다. 공항을 이용하는 고객보다 공항 직원들이 더 많은 거 같은 느낌이다. 국내 여행이라 입국심사는 없지만, 코로나 심사를 하는 이 상황이 좀 웃기다. 열, 기침 혹은 코로나 증상이 있니? 혹시 코로나 확진자와 만난 적이 있니? 이제는 어디를 가나 이름보다 먼저 대답해야 하는 위의 질문이 숨 쉬듯 익숙하다.


호텔까지는 경찰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내 돈을 내고 묵는 호텔이지만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뒷문으로 들어와야 했다. 체크인도 필요 없이 바로 호텔 방으로 향하는 것이 어쩌면 특별대우 같기도 했지만, 뒷문으로 조심조심 들어오는 모습은 영락없이 범죄자 같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호텔에 왔지만 정작 호텔 사람들은 한 명도 만나지 못하고, 경찰과 함께 방문 앞까지 오고 나니 내가 바이러스에 걸린 건지, 죄를 지은 건지 오만 생각이 다 난다.


14일 동안 열리지 않을 문은 이제 닫혀있다. 사실 음식이 올 때마다 열리는 문이지만 어쨌든 내가 저 문을 통과해서 나갈 수는 없다. 창살 없는 감옥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밥이 오면 똑똑 노크를 해서 알려주고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저 멀리 경찰이 앉아서 밥을 들고 가는 나를 지켜보고 있다. 밥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먹을만한 음식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두통이 좀 있다. 30년 넘게 두통을 달고 살았지만, 이번처럼 두통이 반갑지 않은 적이 없다. 안돼 특히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 어떤 병도 걸릴 수 없어. 항상도 건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요즘처럼 건강이 간절 한때도 없는 것 같다. 건강해야 해 정말이야.


12일이 남았다.

12일 뒤에는 호텔 앞 펍에서 시원하게 맥주를 한 잔 시켜서 밤늦게까지 있을 계획이다.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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