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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30.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24/100

이상형을 만나다

어떻게 지냈어?

뭐 없어요. 2020은 남들처럼 한 거 없이 지나갔어요. 일하다 연애하다 보니 지금이에요.


화사한 화장, 잘 정돈된 손과 머리 그리고 깔끔하고 단정한 옷. 만날 때마다 K는 항상 완벽해 보였다. 커리어 욕심 많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어디든 갈 것 같은 그녀는 항상 바쁘고 활기차게 사는 사람이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종종 듣는 그녀의 소식을 보면 하루를 나노 단위로 쪼개서 사는 것 같았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 그리고 그 와중에 바디 프로필을 찍겠다고 운동까지 빡쎄게 했던 작년의 행보는 볼 때마다 응원하게 했다.


그렇게 빈틈없어 보이는 K가 연애를 한다니. 궁금했다. 소개팅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왠지 틈 없는 K의 맘에 들 남자 찾기는 영 힘들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연애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귀엽고도 깜찍한 K의 연애 이야기 뒤에 그녀는 말을 하나 덧붙였다.


언니, 전 항상 키가 큰 남자만 만났거든요, 근데 이번에 이 사람은 키가 작아요. 처음엔 그래서 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부정했어요. 좋아하는 거 아니라고.


7년 전 나도 전에 만났던 남자들과는 전혀 다른 남자와 썸을 탔다. 나는 키가 크고, 덩치도 크고, 나보다 나이는 한두 살 많으며, 남자다운 성격에 우직한 그런 남자가 이상형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인생에 들어온 이 사람은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은 알 정도로 이상형과 다른 사람이었다. K가 말하는 마음 부정 상태를 몇 주 겪고 나는 나의 이상형과는 전혀 반대인 것 같은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 그 연애가 결국 결혼이 되었는데, 나는 나와 이 이상 성격이 잘 맞는 사람을 지구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하루하루 확신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 소개팅이었다면 사진만 보고 만나지 못했을 사람인데, 사실 그 사람이 소울메이트였다니. 만나지 않으면 절대 몰랐을 일이다.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연애 상대를 만날 때는 이상형이라는 틀 안에 매번 비슷한 사람을 찾았다. 물론 전의 연애가 끝이 나면 바뀌는 것들은 조금씩 있었지만, 이상형이라는 나의 기준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상형이 나와 찰떡같이 잘 맞는다는 나만의 믿음은 연애 끝에 종종 상처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이상형은 변하지 않았다. TV에 나오는 추성훈 아저씨를 볼 때면, 역시 남자는 모름지기 저런 것이 남자지! 하다가도 내가 정작 저런 사람과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 나는 나의 성격과 취향을 잘 알게 되었다.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7년 전 그때 그 마음을 부정했다면 지금 나는 아직도 전 연애의 상처에 눈물 흘리며 술을 퍼먹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자의 외모는 복지라는 말은 여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공유 김수현을 볼 때마다 내 속을 뒤집어 놓고 피 터지게 싸워도 저런 얼굴이라면 용서가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게 된다. 잘생긴 남자들이 멋진 옷을 입고 지나가는 그 짜릿한 모습에 가끔 심장이 쿵쾅거리는 건 동물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건 정신적 교감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외모가 중요하지만,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의 아름다운 시간에서 오는 그 짜릿함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 유머 코드가 통하는 사람. 분위기 느낌이 중요해요.


사실을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저런 말들을 늘어놓고 정작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외모인 것을 보면 사람은 역시나 동물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하다못해 식당에 가도 다양하게 시켜 이것저것 맛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으로 약간의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생각하니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안경을 쓰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맥주 캔을 들고 환하게 웃으면서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는 K의 얼굴을 편안해 보였다. 여전히 똘똘한 눈에 욕심 많은 커리어우먼의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편안하고 더 친근해 보이는 건 그냥 느낌일 수도 있다. 시간 되면 남자친구와 한번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했는데 꼭 가겠다는 K의 말을 믿어본다. 그녀와 대화가 통하는 그 남자가 궁금하다.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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