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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31.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25/100

부부가 같이 또 따로 살아가는 법

19년 10월 12일 우리는 결혼이란 걸 했다.


우리는 결혼 한 달 전, 자취방 계약 문제로 미리 살림을 합쳐서 살고 있었고, 손 하나가 모자란 햇수를 만나온 헌(?) 연인이라 결혼이 별반 새로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도 결혼은 다르다는 옛 어른들의 말처럼 같이 살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고 재밌었다. 곧 호주에 이민을 갈 우리였기에, 한국에서의 짧은 신혼생활은 서로의 약속으로 아주 바쁘고 신났던 기억만 남아있다.


그리고 둘이 동시에 호주로 넘어오며, 우리는 24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10개월. 꽉 채운 10개월을 24시간 꼭 붙어서 지낸 부부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함께 자고, 밥 먹고, 장보고, 운동하고, 정말 모든 것을 같이했다. 게다가 코로나로 집 밖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더욱 우리는 붙어 지냈다. 방이 하나인 아파트지만, 방 한 개가 더  필요 없다고 생각될 만큼 같은 공간에서 지낸 지난 10개월. 그렇게 10개월을 보내고 우리는 이제 조금 한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사실 오랜 연애를 하였지만 이렇게나 같이 붙어있었던 적은 없었다.

우리는 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 혹은 서로 다른 일로 스케줄을 채우는 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났을 때, 그러니까 함께 데이트를 할 때는 무엇을 하든 같이하려고 만나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데이트가 아니니까) 한국에서의 짧은 신혼 때는 서로의 약속이 바빠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짧았기에 집에서는 뭐든 함께 하는 것에 익숙했다.


뭐든 같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함께 살면서 왠지 모든 것을 함께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뭐든 같이하지 않으면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뭔가 부부라면 뭐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질문도 많았다. 밥 먹을래? 영화 볼래? 운동할래? 산책 갈래?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점점 없어졌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사라지니 정신적 피로감이 올라가는 날들이 많았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보니 겨우 조금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이미 그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상대방의 그 시간을 배려하는 법을 알았다


꼭 밥을 같이 먹지 않아도 좋다. 또 꼭 끼니에 같은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다. 같은 시간에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같은 시간에 눈뜨지 않아도 된다. 한 사람이 티브이를 보는 동안 다른 사람은 운동을 해도, 혹은 다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해도 좋다. 너무도 당연해서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부부가 한 공간에서 같이 지내면서 각자 다른 취미생활을 아무런 어색함 없이 하는 데까지 1년의 세월이 걸렸다.


우리는 가장 좋은 기간에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특권을 갖게 되었다. 보통 신혼 때가 제일 좋다고 그러지 않는가?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남들보다 더 깊이 있게 서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같이 또 따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부부로서 인생을 함께하지만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말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쓸데없이 말을 더하자면 물론 여전히 나는 남편과 같이 노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오랜 시간 집에서 각자 있는 시간은 아직 얼마 되지 않는다. 방에서 이렇게 혼자 글을 쓰다가도 상대방이 뭘 하나 궁금해서 자꾸 거실문을 열게 된다. 뭐해?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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