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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Sep 03.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27/100

호텔 격리자 M의 하루

어제 글을 못 올린 자의 변명의 글.

범인을 잡느라 바빴습니다. 결국 범인은 잡혔습니다.


6시 반. 호텔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침 6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

방 한 면이 창문이라 눈을 뜨면 바로 보이는 하늘은 매일 아침 보아도 경이롭다.

몇 개월째 하는 아침 척추 운동은 여전히 하기 싫지만 그래도 격리 중이니 뭐라도 하려고 해 본다. 몇 개 없는 오늘 할 일 리스트니까.


7시 간단히 10분만 몸을 움직여도 땀이 나는 날씨이다. 샤워하고 나오니 노크 소리가 들린다.

방문을 빼꼼 열면 배달되는 아침 식사. 오늘은 메뉴는 Complete Breakfast.

완전이라는 말을 달고 있지만 정작 받아보면 정말 안 완전한 식단이다. 시리얼 봉지 하나 견과 에너지바 하나. 도대체 먹을 게 없네. 호주 사람들은 덩치도 나보다 훨씬 큰데 이거 먹고 잘 버티나 싶다가 어제저녁 옆방에 쌓여있던 맥도날드 배달 봉투를 보니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알 것도 같다. 역시 맥도날드. 뭐 투덜대도 뭐든 남이 주면 잘 먹는다. 


7시 반. 아침을 먹고 나면 본격적으로 더 늘어진다. 챙겨 온 인스턴트커피를 한잔 만들어 어제부터 시작한 비밀의 숲 시즌 1을 보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호텔 격리 생활에 드라마를 빼면 당최 할 일이 없다. 들어오기 전엔 공부를 하자고 그렇게 다짐하였지만 내가 그렇지 뭐.


12시 범인을 잡으러 열심히 달리는 조승우 배우님과 함께 오전 내내 달렸다. 배가 출출할 때쯤 식사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오늘 점심은 샌드위치. 정말 맛없다. 같이 온 감자 칩은 오늘 드디어 새로운 맛으로 보내줬다. 내가 좋아하는 치즈 맛. 어제까지 계속 왔던 식초 맛은 다시는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일 좋은 건 역시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종이봉투에 쓰레기를 싹 넣어 문밖에 놔두면, 친절한 호텔 직원이 가끔 쓰레기를 들고 간다. 배는 채웠으니 오후도 범인을 잡으러 달린다.


4시. 출출한 마음에 호텔 격리 전 챙겨 왔던 진라면을 꺼냈다. 텀블러에 라면을 부셔 넣고 전기포트로 팔팔 끓은 물을 부으니 온 방에 라면 냄새가 진동을 한다. 향을 맡자마자 머리가 쭈뼛 서며 땀이 나는 걸 보니 역시 한국인은 라면이다. 삼각김밥만 하나 있으면 완벽한데.


5시. 계획했던 스쿼트를 한다. 500개. 20분 정도 걸리는 시간이지만, 근육통이 오래가는 걸 보니 운동은 되는 거 같다. 샤워하면 저녁이 6시쯤 배달된다. 똑똑. 호텔 격리 중 제일 기다리는 소리.


7시. 오늘의 계획은 범인을 잡는 것. 아직 4회가 남았다. 마지막 회를 향해 숨 막히게 달려간다.


10시. 1편이 남았는데 피곤하다. 결국 사건은 내일 완벽하게 해결하기로 하고 침대에 눕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침대에 누우면 피로감이 바로 몰려온다. 방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배는 고프고, 피곤한 것이 1년을 해도 영 적응되지 않는다. 내일 할 일은 아침 운동, 꼭 브런치에 글 하나를 올리고, 스쿼트 500개, 팔 굽혀 펴기 100개, 그리고 비밀의 숲을 끝내자.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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