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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06.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2/100

수제비

수제비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맞벌이 부모님을 둔 나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우리 집엔 항상 내가 ‘외할머니’라고 불렀던 할머니가 한 분 더 계셨다.


외할머니는 우리 할머니와 아주 달랐다.

두 할머니 모두 나를 사랑하고 예뻐해 주셨는데 유독 외할머니는 더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우리 할머니는 말도 세고 성격도 센 여자 대장부 스타일의 부산 여자였다면 외할머니는 다정다감하고 나이스 한 서울 여자였다.


외할머니는 요리 담당이었다.

대부분 모든 음식은 외할머니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수제비가 그중 하나였다. 감자, 호박, 양파 그리고 무심하게 떼어낸 수제비가 다인 그 메뉴를 나는 많이 좋아했다.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오래도록 생각나는 메뉴인데, 함께 자란 동생도 수제비 생각이 난다고 하는 걸 보면 외할머니만의 비법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나이가 더 들고 외할머니는 우리 집에 더는 같이 있지 않았다. 그때쯤 외할머니가 외할머니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던 거 같다.


부모님이 두 분 다 출근을 하시고 나면, 할머니가 오롯이 우리 둘을 키워주셨다. 젊은 나이에 일찍 할아버지를 보낸 할머니는 나와 내 동생을 키우면서 다시금 인생의 재미를 찾았다고 항상 말해왔다. 그래도 이곳저곳 몸이 성치 않은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집안일을 돌보아줄 가사도우미 분을 모시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외할머니가 한 분 더 생긴 것이다.


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라는 뜻을 알게 되기 전까지 나에게 외할머니는 또 다른 할머니라는 의미였다. 그만큼 우리 집에 있는 외할머니는 우리를 예뻐했고, 챙겨줬다. 할머니에게 혼나면 외할머니에게 종종 달려갔던 기억도 있는 걸 보면, 나는 외할머니를 많이 좋아했다.


그 외할머니는 가끔씩 우리 할머니와 아직도 연락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와 동생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고 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왜 그러시는지 잘 모르겠다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할 만큼의 시간 동안 외할머니는 보지 못했다. 가끔 동생과 대화로 그래 외할머니가 있었지 하며 기억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도 수제비를 보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금방 만든 맑은 수제비를 먹으라고 불렀던 지금은 외할머니가 아닌 할머니.


할머니의 수제비는 참 맛있었다.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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