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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05.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1/100

주말여행과 아빠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주말여행을 자주 갔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나의 아빠는 가정적이고 나와 잘 놀아주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종종 티브이에서 퇴근하는 아빠가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뭐 사갈까?”라고 물어보는 그 장면이 나는 어색했다. 물론 내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너무 죄송) 아빠는 퇴근길에 한 번도 전화를 해서 먹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아빠와 손을 잡고 어디를 놀러 간다던가 하던 기억도 많이 없다. 아마 아빠가 퇴근한다고 문 앞으로 뛰어가서 폭 안기는 그런 모습도 내 기억에는 해본 기억도 없는 걸 보면, 어렸을 때부터 아빠는 어려운 사람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말여행은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다. 주말 동안 1박 2일의 여행을 우리 가족은 정말 많이 갔었다. 금요일 밤 엄마 아빠가 모두 퇴근을 하고 잘 시간이 되면, 나와 내 동생은 깨끗이 씻고 차에 탔다. 그 당시 차 뒷좌석을 2인용 침대로 만들어줄 침대 패드를 깔고 우리는 뒤에서 늘어져라. 잠을 잤다. 새벽녘 해가 뜰 때쯤이면 바다, 혹은 계곡 근처 어디쯤 도착했는데 그러면 우리는 토요일 내내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물을 좋아하는 우리는 하루해가 넘어갈 때까지 파랗게 변한 입술을 달달 거리면서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아빠의 애정표현이었던 거 같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해서 밤새 운전을 해 여행을 가는 것이 얼마나 큰 희생인지 알게 되었다. 아빠는 그렇게 운전을 하고 우리가 물놀이를 하는 중간 잠깐 눈을 붙였을 것이다. 주말이면 소파에 앉아 꼼짝하기 싫은 게 회사원의 삶인데, 그래도 우리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주말여행이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아빠는 말한다,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할머니 앞에서 자식들 예쁜 티를 낼 수 없었던 아빠의 마음을. 자라면서는 그저 무섭고 어려운 아빠였는데, 아빠도 아마 아빠의 엄마가 어렵고 불편해서 본인의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자동차 뒷좌석에 다리를 쭉 펴고 누워도 편안할 정도로 어렸던 그때, 바다가 보인다며 일어나서 보라는 아빠의 말에 일어나 보았던 바다.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을 아빠가 그때 그 모습을 보여주려고 얼마나 피곤했을지 이제 좀 알 것도 같다.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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