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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비 Jul 05. 2022

C스탠드를 샀다

부족한 장비가 아직도 참 많다

C스탠드를 샀다. 제주에 와서 사진관을 열며 두 세트를 샀고, 한두 해쯤 지나서던가? 두 세트를 추가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다시 하나를 더 샀다. A스탠드와 미니 스탠드를 보태 쓰며 버티던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 촬영의 리듬을 끊어가며 조명 스탠드를 교체하거나 반사판 등을 고정하기 위해 클라이언트 쪽 스태프의 손을 빌리기도 했다. 그나마 인물사진 위주의 촬영에서는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정도였는데, 최근 제품 사진 촬영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그마저 어려워졌다. 몇 개의 소소한 장비들과 함께, 새 C스탠드가 왔다.


하나씩 사진관 장비가 늘어난다. 제주에 가면 작은 동네 사진관의 사진사로 살겠지 싶어서 정리했던 장비들을 결국 하나씩 둘씩 다시 사모으고 있는 모습이 우습다. 싸게 처분하고 비싸게 새로 사는 어리석음. 먹고사는 일은 경건하고 소중하니까, 결국 예전에 하던 사진을 하게 되고 필요한 장비들을 찾게 된다. 무턱대고 장비를 늘릴 수 없다. 모든 전문가들의 장비가 그렇듯 사진관 장비도 생긴 것에 비해 싸지 않다. 일하는 사람의 장비란, 투자한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기대가 있어야 비로소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다. 빠듯한 수입으로 살아가는 시골 사진관의 사진사에게 그런 확신은 아주 가끔, 겨우 온다. 좀처럼 사지 않고, 수십 수백 번의 촬영을 혼자 상상하면서 그 장비가 꼭 필요한지, 지금 가진 것들로 대안을 만들 수 없는지 따져본다. 안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설득시키는 시간이다. 그렇게 고민하며 산 것들 중에서도 제값을 못 하고 헐값에 팔려나간 장비도 여럿이다.


여러 번의 고민 끝에 결심하고 구입하는 장비가 하나씩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사진관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뜻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반짝이는 새 스탠드는 잘 견디고 있다는, 조금은 나아가고 있다는 중간 성적표 같다. 내게 보내는 작은 박수 같은.


사진관에서 C스탠드는 2인 3각처럼 서로의 다리를 엇갈려가며 놓는다. 나란히 놓인 C스탠드들을 보며 생각한다. 부족한 장비가 아직도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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