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평일에는 정해진 코스를 달리고 주말에는 낯선 길을 걸어보자고 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비 예보가 있으니까 미리 걷자고 했다, 아내가.
점심으로 오랜만에 먹은 라면은 속을 더부룩하게 만들어서, 초반 오르막이 버겁다. 아내는 곧장 걷기모드로 변경, 숲길 근처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아 지팡이 삼는다. 한 개를 짚다가 하나를 더 줍더니 양손에 하나씩, 그마저 조금 걷다가 더 나은 가지를 발견하면 바꾸기를 여러 번. 지팡이 원정대를 보는 기분.
숲길은 기대보다 짧았고, 우리의 새 길 개척은 싱겁게 끝났다. 나무 지팡이 두 개는 돌담 한 쪽에 가지런히 세워두어서, 아내처럼 지팡이를 찾는 사람에게 간택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