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사진폴더에는 횟수로 22년치, 600,000장이 넘는 사진이 들어있다. 중간에 지운 것들은 돈을 받고 찍은 사진들 중에서 좀처럼 정이 안 가는 것들 정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남아 있다. 내 사진실력은 점점 더 좋아지니까, 그때는 알아보지 못한 보물같은 사진들 나중에라도 알아볼 수 있을까 싶어서. 사실은 그냥, 잘 내려놓지 못하는 천성이라.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서 마음이 가벼워지면, 어디서든 딱 그만큼의 질량을 갖는 새로운 근심거리를 가져온다. 크거나 작거나, 깊거나 얕거나 마음을 채우는 근심의 크기는 대동소이. 그래서 내가 붙인 이름, 근심총량보존의 법칙.
마땅히 찍은 사진이 없는 날, 무슨 이야기를 적을까 해 넘긴 사진들을 스윽스윽 훑어내리다가, 아, 나는 내려놓지 못 하는 사람이구나. 새삼스럽게 알게 되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