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젯다는 해안도시입니다. 수도 리야드에 이은 제2의 도시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의 위상입니다. 예로부터 해안도시는 가장 먼저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내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된 곳이기도 하지요.
젯다도 다르지 않습니다. 리야드에서는 길거리는 물론이고 쇼핑몰에 들어가도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노동자를 제외하면 행인들의 의상이 흰색 아니면 검은색뿐입니다. 흰색은 남성 전통복 '토브'고 검은색은 여성 전통복 '아바야'죠.
젯다는 훨씬 개방적입니다. 일단 외국인 즉, 아바야를 입지 않는 서양 여성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데다 현지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검정 아바야가 아닌 형형색색의 아바야를 입고 다니거든요.
건물 밖에서 보이는 풍경도 리야드와는 사뭇 다릅니다. 리야드가 도심부를 제외하면 주로 황토색 저층 건물 일색인데 반해 젯다는 현대식 건물이 곳곳에 퍼져 있거든요. 절대 숫자는 더 적을지 모르지만 밀도가 높은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도시가 해안을 따라 위아래로 길게 발달했기 때문에 대충 어디에 있든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지요. 그 바다는 성경에도 나오는 유명한 '홍해'입니다.
애니메이션 '이집트의 왕자'로도 유명하지요.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이집트) 왕의 추격을 받던 중 홍해를 가르고 아라비아반도 쪽으로 도망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모세가 바다 위로 지팡이를 내밀어 바다를 가르자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무사히 건너고 따라오던 애굽 추격대는 수장됩니다.
홍해를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는데요. 보시다시피 수평선 너머가 보이지 않습니다. 폭이 200km나 된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이스라엘 백성이 건넌 길목은 여기가 아니라 좀 더 위쪽의 좁은 수에즈 지역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감격스럽기는 마찬가지네요.
이 홍해는 굉장합니다. 우리나라는 해안에 가면 거의 예외 없이 해수욕장이 있어서 자연 생물을 보기 어렵잖아요. 여기는 게가 많이 살고 있습니다. 갯벌에 사는 쩨끄만 게 말고요, 제법 큽니다.
그리고 또 무슨 동물이 살고 있냐면...
무슨 동물이 살고 있냐면...
게 밖에 없습니다. 네.
위에 보이는 동물들은 홍해에서 찍은 게 아니고 아쿠아리움에서 찍은 거거든요. 부산에 갔을 때도 바닷가에 아쿠아리움이 있었는데 여기도 바닷가에 아쿠아리움이 있네요. 하하..
사막으로 둘러싸인 리야드에서 반년이나 살고 - 말 그대로 둘러싸인 겁니다. 리야드는 오아시스거든요 - 폐부가 텁텁해질 무렵에 정말 오랜만에 구경하는 바닷가라 그런지 바닷가 카페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아쿠아리움까지 보고 나니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어요.
모처럼 먼 곳까지 휴가를 나온 참이니 식사는 현지식으로 거하게 해결했습니다. 매우 현지스러운 음식. 사우디 전통음식입니다. 아닌 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네. 그렇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