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 자체가 이슬람 종교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곳입니다. 생활양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기도시간, 한 달을 통째로 내어 쓰는 라마단, 복장과 음식 문화까지 어느 것 하나 종교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죠.
종교 수도인 메카와 메디나는 그중에서도 특이합니다. 도시 전체가 중심부에 위치한 하나의 신전을 중심으로 생겨났거든요. 메카는 '카바 신전', 메디나는 '예언자의 모스크'입니다.
무슬림이 아닌 사람에게 메디나는 메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메카는 '쇼핑의 메카'와 같이 어떤 굉장한 곳을 가리키는 일반명사처럼 쓰이지만 메디나는 그렇지 않거든요.
하지만 이슬람 역사에서 보면 메디나야말로 의미가 대단한 곳입니다. 이슬람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박해받아 쫓겨난 뒤 재기할 때 자리한 곳, 그리고 죽어서 묻힌 곳이 메디나거든요.
메디나에 들어가면, 우리 서울로 치면 내부순환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하고 할 수 있는 링로드가 나옵니다. 이중 바깥에 있는 링로드 안쪽은 무슬림만 들어갈 수 있는 '하람' 구역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출입은 물론 안에 있는 숙박시설도 무슬림만 손님으로 받도록 되어 있죠.
하지만 저희가 갔을 때는 규정이 개정된 것인지 사문화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제재는 없었습니다. 메카는 진입하는 길에서부터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나누는데 메디나는 그런 게 전혀 안 보였어요. 덕분에 '예언자의 모스크'가 바로 보이는 명당자리 호텔에 방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 기도시간이 되면 하얗게 까맣게 -평상복이자 전통복인-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도를 위해 '예언자의 모스크'로 모여듭니다.
'예언자의 모스크'는 무함마드가 지은 모스크인데 이 안에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습니다. 젯다에 있는 이브의 무덤과 달리 이건 진짜로 있는 거죠. 원래 무함마드는 집 옆에 모스크를 지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사우디 왕조가 모스크의 증축을 반복하면서 무함마드가 묻힌 옛 집을 모스크로 먹어버린 형태입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건물 넓이만 16만 제곱미터나 된다고 하네요.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가 8만7천 제곱미터라니까 딱 두 배 넓이인데, 그게 건물 하나라니 대단합니다. 카메라에 담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어요.
사우디도 문호를 개방하는 중이니 예전처럼 종교경찰이 돌아다니면서 복장단속을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만, 메디나는 역시 성지라 그런지 일반 시민들의 관념이 남다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도 여자가 머리카락을 내놓고 다니면 꼬장꼬장한 현지 할머니가 나무라며 아바야 착용을 권고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