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이어 미국 서부여행 로드트립 5일 차가 계속됩니다. 첫날에는 폭풍 속에 비 맞으면서 운전만 하고 하루가 지나갔는데 하루 일과로 3 꼭지라니 감회가 새롭네요. 와이오밍 다이노소어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안내소에서 투어 등록하고 잠시 기다립니다.
'뭐가 있겠나' 싶은 허름한 외관
어느 아이들이나 그렇지만 공룡에 한창 빠질 때가 있잖아요. 저희 애들도 그럴 때라 한국에 있을 때는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에 자주 데려갔거든요. 여기는 공룡 뼈를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발굴 현장에도 가볼 수 있다니 출발할 때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온통 공룡 뼈
안내소에서 투어를 기다리며 둘러볼 수 있게 공룡뼈를 전시해 놨는데요. 안내소 스케일이 장난이 아닙니다. 어린이 인기투표 투톱인 티라노 사우르스랑 트리케라톱스가 다 있고요. 둘이 싸우다가 매장당해서 화석이 된 그 현장감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여기 뼈만 모아도 서울에서 가장 큰 공룡 박물관을 만들겠어요.
부동의 인기 1위 티라노
시간이 돼서 박물관 지프를 타고 산길을 올라갔습니다. 비포장 산길 도로를 엄청 달려서 올라가거든요. 공룡 뼈가 실제로 나온 발굴 현장으로 가는 겁니다. 물론 현재 발굴이 진행 중인 사이트는 아니죠. 뼈가 훼손되면 안 되니까요. 발자국도 있고 뼈도 출토된 곳에서 뼈 화석을 만져보고 여러 가지 사실을 배우기도 합니다.
넓은 평원을 지나서
비포장 산길을 오릅니다
뼈 화석을 실제로 만져봤는데 이게 꼭 돌같이 생겼거든요. 겉으로 봤을 때 돌이라면 예상되는 무게가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들어보면 그보다 훨씬 무거워서 놀라게 됩니다. 마치 속에다 쇳덩이를 넣어둔 것 같아요.
쇳덩이처럼 묵직한 진짜 화석
'올 데이 디깅'이라고 뼈 부스러기가 남은 사이트에서 하루 종일 땅을 파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그건 신청을 안 했습니다. 일단 그늘이 없는 곳이라 덥기도 하고 땅을 판다고 해서 거기서 나온 뼈를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발굴 중인 공룡 뼈와 발자국
대신 박물관 한쪽에 있는 화석 클리닝(?) 공간을 견학했는데요. 땅 속에서 파낸 뼈 화석을 놓고 전문가가 분석을 해서 뼈인 부분과 흙이나 돌인 부분을 구분해서 필요 없는 부분을 핸드그라인더로 갈거나 떼어내는 곳이었습니다.
치과 스케일링 잘하실 듯
원래도 비싼 슐라이히 공룡 피규어를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있길래 하나씩 쥐어주고 공룡 투어가 마무리됐습니다. 저는 삼엽충 화석을 돌판 째로 떼어놓은 조각을 구입했고요. 넉넉하게 사서 선물도 하고 그러지 왜 하나만 샀는지 아직도 아쉽네요.
삼엽충 화석과 바이슨 피규어 기념품
박물관에서 내려오는 길에 식당을 찾다가 '사파리 클럽'이라는 곳이 적당해 보여서 들렀습니다. 막상 들어가 보니 메뉴는 그냥 무난한데 인테리어가 전혀 적당하지는 않은 곳이더라고요. 오너의 취미라고 해야 할지... 주변에 마땅한 다른 식당이 안 보여 할 수 없이 대자연의 원망 어린 시선을 느끼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식사 내내 따라다닌 대자연의 시선
오늘 밤 숙소는 최종 목적지인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안에 있는 독채 통나무 랏지입니다. 마저 달려서 어두워질 무렵 무사히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