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쥬가 나온다면 여기서!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입성했습니다. 뉴욕에서 출발한 지 5일째 되는 날 저녁이에요. 거리를 보니 4000km를 달렸네요. 5일 동안 하루에 800km! 먼 길 오는 동안 아프지 않고 재미있게 지내준 아이들에게 참 감사하네요.
오는 내내 길이 단조롭고 좋아서 성인끼리 교대로 운전하며 달린다면 1박 2일이면 충분히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숙소는 옐로우스톤 레이크 랏지예요. 라떼는 '방갈로'라고 부르던 독채 나무집입니다. 매번 이동하느라 1박만 하고 떠났는데 여기는 일단 거점으로 삼고 이틀간 옐로우스톤 곳곳을 둘러보려고 처음으로 2박을 잡았습니다.
도착했을 때 이미 밤이라서 간단하게 저녁 준비를 했습니다. 마트나 편의점 같은 사 먹을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햄버그를 구워서 간편식이랑 먹습니다. 이날을 위해 준비해 온 16달러짜리 조지포먼 전기그릴이 열일해 주었습니다.
고기를 굽는데 방에 보니까 구석에 뭐가 있는 거예요. 그거 아시죠? 눈으로 직접 본 건 아닌데 다른 데를 보는 중에 초점 밖 시야로 뭐가 어른거려서 고개를 휙 돌려보면 아무것도 없고 다시 다른 데 보는데 또 뭐가 어른거리고.
각다귀 아시나요? 숫모기를 58000% 정도 튀긴 것 같은 거대한 그것. 진짜 어른 손바닥보다 큰 각다귀가 있더라고요. 인증 사진은 없습니다 왜 없냐면 패닉이 왔으니까요.
두루마리, 쓰레기봉지, 걸래, 할튼 손에 잡히는 대로 다 집어던진 것 같아요. 이게 주변에 뭐가 날아오면 펄럭거리면서 날기 시작하는데 영화 미스트에 나오는 크리쳐가 따로 없습니다. 왱왱이 아니에요 펄럭펄럭.
어디로 날아오를지를 모르니까 섣불리 공격도 못하겠는 거죠. 키친타월에 물 적셔서 집중 사격한 끝에 다리 한 개에 부상을 입히고 창고방 문틈으로 내보내는 것까지 성공해서 문틈을 걸래로 막고 지냈습니다.
옐로우스톤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건 밤하늘의 별이었는데 사진으로 담아보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어림도 없더라고요. 저는 지구에서 별이 그렇게 많이 보이는지 몰랐습니다.
인공빛이 요만큼도 없는 산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데다 날씨도 공기도 마침 너무 좋았는지 쏟아지는 것 같은 별을 마음껏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가이저 베이슨!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가이저는 '간헐천'으로 번역이 되는데요, 땅 속의 지열 때문에 물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지하수 우물? 같은 거예요.
물속에 있는 철, 황 그런 성분 때문에 흙이 녹슨 것처럼 붉고 반면에 물은 깊을 곳일수록 파랗다 보니 푸른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잠시 감상해 보실까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규모가 큽니다. 8 자 모양으로 생긴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데만 200km 거든요. 그래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가능하면 한 번에 쓱 돌면서 볼 수 있도록 동선을 잘 짜야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드웨이 가이저', 땅 위로 수십 미터나 솟구치는 끓는 분수 '올드 페이스풀' 두 가지를 꼭 보고요, 서울 면적과 맞먹는 옐로우스톤레이크에서 보트도 타야 합니다. 중간중간 야생동물을 만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