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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000m에서 즐기는 삼림 드라이브

축복받은 풍경

여행 5일차 날이 밝았습니다. 저희가 묵은 햄튼 인 질레트에서 서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와이오밍주의 빅혼 국유림을 지나게 됩니다. 오전에 차 타고 산길을 올랐다가 내려오는데 주변 풍경이 너무나 멋있는 겁니다. 


산이니까 숲과 바위가 있는 건 당연한데 그 나무와 바위의 모양과 배치와 스케일이 바뀐 것만으로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 건가 싶었어요.

왜 이렇게 멋질까, 어떻게 이리 이국적일까 생각해 봤는데요, 우리나라는 산이 많다고는 해도 고산지대가 아니잖아요. 그냥 산이 하나 띨룽 있다 보니 그 산에 오르면 더 이상 산을 볼 수 없게 되는 거죠. 옆 골짜기를 본다고 해도 너무 가깝고요. 

그런데 미국 국유림의 스케일은 이쪽에서 높은 산에 올라도 고산지대에 넓은 들판이 있고 그 건너에 또 다른 피크가 있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형태의 풍경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빅혼 국유림의 피크는 해발 4000미터 정도 된다고 하네요.

사진의 가운데 가느다랗게 차길이 보입니다 드라이브의 맛.

우리나라 산자락에 한 컷만 있어도 전국의 관광객을 다 끌어모을 수 있을 것 같은 장관이 굽이를 하나씩 돌 때마다 펼쳐지는데 그냥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기어이 차를 세우고 한참 구경했네요. 


빅혼 국유림. 정말 추천합니다. 아니 뭐 제가 여기다 추천해 봤자 와이오밍주가 옆 동네도 아닌 데다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장관인데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 되네요

근처에 적당히 텐트를 쳐서 며칠이고 묵으면서 구경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감동이 새삼 올라오네요.


산을 다 내려오면 이번에는 황량한 벌판이 펼쳐집니다. 

사우스다코타의 옥수수밭은 시작에 불과했던 걸까요,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칼에 잘린 것처럼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보면 옛사람들이 땅 끝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믿은 게 영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굉장히 정직한 지평선

자 이제 또 달려봅니다. 다음 목적지는 '와이오밍 다이노소어 센터'입니다. 출발하기 전부터 꼭 들르기로 정한 몇 안 되는 중간보스급 목적지입니다. 


땅 속에 파묻힌 실제 공룡 화석을 볼 수 있고 발굴 체험도 가능한 곳이에요. 최종 목적지인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가는 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꼭 들르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 '약간 벗어난' 구간이 서울 - 부산 거리인 게 함정입니다만.

3300km 진행 중. 오늘 좀 더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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