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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앞으로 곰이 지나가면 기다려주세요

로드트립 4일차 : 베어 컨트리 사파리

배드랜드 국립공원에서 장대한 아메리카 스케일을 느끼고 점심 먹은 뒤에는 숙원의 드라이브스루 사파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야생을 보존한 동물원인데 다른 차로 옮겨 타지 않고 내 차로 길을 따라가면서 동물을 보는 거예요.

입구에서 지도를 나눠줍니다

배드랜드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서 사파리는 오후에 문 닫기 직전에 도착했습니다. 아슬아슬했는데 그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뒤에 차가 많으면 눈치 보여서 오랫동안 멈춰서 구경하기 부담스럽거든요. 동물들이 슬슬 먹이활동 하는 것도 해질 때쯤입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엘크

동물들은 넓은 풀밭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풀밭과 차길을 나누는 울타리가 따로 없어요. 포장도로니까 차길이 나 있긴 한데 동물들이 마음대로 건너기도 하고 그럽니다.


길이 좁다 보니 차 두 대가 나란히 다닐 수는 없었는데요. 그래서 입장할 때부터 앞 차가 적당히 멀어지면 뒤차를 들여보내거든요. 그래도 진귀한 장면이 나오면 구경하느라 멈춰 서고 뒤차가 줄줄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뒤에 차가 없는 게 속편하죠.

꿀단지라도 품고 있나요?

이번에 방문한 사파리는 'Bear Country USA'라는 곳이었는데요. 사슴이나 산양도 있지만 이름 그대로 곰이 특히 많은 곳이었어요.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곰이란 보통 울타리 반대편 끝에 누워 있는 털 덩어리(?)인 경우가 많죠. 사실 그런 걸 볼 때면 어차피 안 움직이니까 '그냥 털가죽을 널어놔도 모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쪽 곰은 움직인단 말이죠.

나무 밑이 명당

슬금슬금 걸어 다니면서 산책도 하고 길도 건너고 멍하니 앉아서 귀염 뿜뿜 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물론 차 밖에 같이 있으면 안 귀엽겠지만요.

저희는 운이 좋아서 앞 차와 저희 차 바로 사이로 검은 곰이 지나갔어요. 곰이 차 바로 앞에 와서 서비스라도 하듯이 잠깐 쉬었다가 어슬렁 지나가는데 애랑 어른이랑 똑같이 창문에 붙어서 난리도 아니었네요. 어쩌면 곰이 사람을 구경하는 곳일지도?

사파리를 마치고 7시가 돼 가는데도 아직 날이 밝더라고요. 가는 경로를 살펴보니 러시모어산이 멀지 않아서 바로 달렸습니다.


러시모어산은 미국 건국 대통령들의 얼굴을 바위에 새겨 넣은 기념물로 유명하지요. 부럽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유물을 보존하는 데는 훌륭하지만 인물을 기리는 데는 인색한 것 같습니다. 인물은 유물과 달리 빛과 그림자가 같이 있다 보니 그런가 싶어요.

클리블랜드 동물원에서 산 거북이 손에 들고

저녁 8시 반까지도 밝아서 사진 많이 찍고 내려왔습니다. 로드트립이란 일정을 다 마무리했을 때 많이 달려줘야 하거든요. 200km 넘게 더 달려서 햄튼 인 질레트에 투숙하고 4일 차를 마무리했습니다.

3000km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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