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땅은 좋은 곳이었습니다
7월 13일입니다. 여행 4일 차 아침이 밝았군요. 아아 햄튼 인 밋첼은 좋은 곳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묵었던 곳은 조식이 없거나 있어도 단맛+단맛+단맛 조합의 도넛만 때려 넣은 브라운백 같은 걸 받았는데요, 드디어 무려 로비에서 식사할 수 있는 조식 코너를 만났습니다.
물론 잠만 자는 가성비 저렴이 호텔이라 먹을 건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휴가지에서 아침에 호텔 로비에 앉아서 뭐라도 먹고 있으면 갬성이 충전되지 않습니까?
여행 4일 차라고는 하지만 왠지 돌이켜보면 클리블랜드 동물원 간 거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옥수수밭도 많이 봤고 또 옥수수밭이랑...
농담이고요, 첫날 악천후로 절반밖에 못 가는 바람에 살짝 아쉬워질 뻔했지만 금세 따라잡은 데다 중간중간에 예정에 없던 곳에 쉬면서 구경한 게 많은 것 같네요.
따지고 보면 그냥 산이고 강인데 스케일을 키운 것만으로도 어찌나 달라 보이는지요. 상쾌하게 경관을 감상하며 모닝 드라이브 3시간을 달리니 저 멀리 목적지가 보입니다.
배드랜드!
드디어 '서부스러운' 첫 번째 랜드마크 배드랜드 국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퇴적층이 선명하게 보이는 땅이에요. 국립공원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국립공원에 많이 들르는데요. 미국은 우리랑 다르게 국립공원이 유료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 입장할 때 내는 돈은 입장료가 아니죠)
그래서 연간권을 끊는 걸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1년 동안 어디 있는 공원이든 최소한 두 번은 가지 않겠어요? 두 번만 가면 연간권이 이득입니다.
미국에 살려면 명심해야죠, 테마파크든 영화관이든 국립공원이든 똑같이 적용됩니다. '두 번 갈 거면 연간권이 이득이다.'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엄청난 돌산입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선명한 퇴적층이 솟아오르고 또 깎여서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구경을 할 수도 있고 야트막한 바위산은 올라가 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사실 올라가 볼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다들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따라갔습니다.
무엇보다 표현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 앞인데도 경관을 해치는 예의 그 안전 경고표지가 없어서 감상하기 좋았습니다. 위험한 데 발을 디뎌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습니다. 대신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 책임이죠. 다들 이해하고 있는 건지 딱히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과학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는데도 사람 눈 만한 카메라를 만들지 못한다고 하죠. 실제로 그렇더라고요.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었지만 눈으로 보는 장관의 단 10%도 카메라로 담을 수 없었습니다. 잠시 사진 감상해 보시죠.
인상적인 배드랜드를 뒤로하고 다시 이동합니다. 가능하면 저녁 즈음에 액티비티를 하나쯤 더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