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돼지 아님
사우디아라비아에 산다니까 주변에서 나온 첫 번째 반응은 이겁니다.
"거기 돼지고기 못 먹는데 어떡하냐?"
이슬람 국가에서 돼지고기를 불결한 것으로 여기는 건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건 모르실 겁니다. 사우디에서 막상 살아보면 돼지고기는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소고기죠.
'아니 소는 자유롭게 먹는 거 아니었나!?' 하는 반응이 나왔다면 기대한 대로군요. 소고기는 전혀 규제가 없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소를 왜 못 먹냐면 냄새가 심해요.
리야드 마트에 가면 우리나라랑 똑같이 정육 코너가 있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낙타고기랑 양고기랑 비둘기고기가 같이 있다는 점 정도겠네요.
수입 소고기는 브라질산이 가장 많고 호주산도 있습니다. 로컬 소고기도 있죠. 당연히 로컬이 가장 쌉니다. 그런데 어쨌든 셋 다 냄새가 심해요. 표현하기 어려운 누린내가 올라옵니다.
한 번은 원산지를 안 보고 로컬 소고기를 산 적이 있는데요 구우니까 무슨 냄새가 나냐면, 소가 배꼽 후빈 것 같은 냄새가 납니다.
당시에 400g에 17 리얄 짜리 두 팩을 샀으니까 100g에 1600원인 소고기를 만 원어치 산 셈인데요. 뜯어서 냄새 맡고 '아 이건 아니다' 바로 올라오더라고요.
그래도 돈이 아까워서 '삶으면 냄새가 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삶아봤지만 남은 건 늘어난 설거지와 부엌에 가득 찬 소 배꼽 냄새뿐이었습니다.
그럼 대안이 전혀 없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비싼 프리미엄 정육점이 있어요. 저희도 항상 거기서 소고기를 사 먹었는데 비싼 만큼 확실히 냄새가 거의 없습니다. 신선도가 다른 가 봐요.
비싸다고 해도 리야드 고깃값에 비해서 비싸다는 거지 한우에 비하면 여전히 쌉니다. 200일 먹인 호주산 목초 사육 소고기 등심스테이크가 100그램에 7천 원 정도 했으니까요.
누린내 때문에 소고기를 한동안 못 먹다가 이 매장을 알고는 갈빗대를 통째로 사서 만화영화에 나오는 고기처럼 삶아서 뼈 잡고 소금 찍어먹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 매장이 어디냐면 'CHOPPED'라는 곳입니다. 리야드 전역에 매장이 2개인가 3개밖에 없었어요. 멀기도 했지만 원하는 고기가 없는 날도 종종 있어서 헛걸음도 했죠.
이쯤에서 CHOPPED에서 광고 하나 들어오면 좋겠는데 그럴 일 없죠. 다음에는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에서 돼지고기 먹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