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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마트는 왜 잔돈을 안 줄까?

귀찮?


지난 회에서 사우디 마트 이야기 하다가 생각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우디 마트에서는 현금으로 결제하면 잔돈을 정확하게 안 줍니다. 결제 금액을 소수점에서 올림 해서 받아요.


예를 들어 장을 보고 149.2 리얄이 나왔다면, 한화로 5만 5천 원인데요, 소수점을 올림 해서 150 리얄을 받습니다. 반올림이 아니라 무조건 올림입니다. 


그러다 보니 뭐 자주 겪는 건 아닙니다만 0.7 리얄(250원) 정도 하는 생수라든가 이런 걸 하나 더 사든 안 사든 내야 하는 총액은 똑같을 때도 있어요. 

사우디에서 발견한 정말 좋아하는 유럽 슈퍼마켓 SPAR

사우디 돈 1 리얄(SAR)은 한화로 370원 정도 하는데요, 하위 단위가 없는 게 아니에요. '할랄라'라고 미국 달러의 센트처럼 100 할랄라 = 1 리얄인 동전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단위의 동전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 거스름돈에 모르는 동전이 섞여서 왔더라고요. 웬만해서는 주지 않는 소수점 잔돈을 내준 걸 보면 그날 캐셔는 좀 고지식했나 봐요.


처음에는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느라고 거스름돈을 대충 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번도 거스름돈이 더 온 적이 없이 항상 부족하게 왔고 나중에야 올림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제조업 약(弱)국이라 거의 다 수입 브랜드입니다

잔돈을 안 주는 이유가 뭘까 이런저런 가설을 떠올려봤는데 가장 유력한 건 그냥 귀찮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우디 사람들 귀찮은 걸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나라가 더워서 생긴 습관인가 싶기도 한데... 관공서에 볼일을 보러 갔을 때 갑자기 컴퓨터가 꺼질 때가 있어요. 그럼 그냥 '다음에 와'입니다. 뭐 어떻게 해보려는 노력도 안 해요.


뭘 환불받을 때도 시스템상 뭐가 여의치 않으면 '다음에 와'입니다. 짜증 내고 재촉하면 마지못해 처리를 해줘요. 그러면 또 되긴 됩니다. 하려면 할 수 있는 건데 귀찮아서 미루는 게 습관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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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짚이는 게 하나 있는데요. 몇 년 전만 해도 사우디에는 부가세라는 게 없었거든요. 2018년에 갑자기 없던 세금이 5%짜리가 떡 생겼고 2년 만에 15%로 올랐어요.


그래서 물건 값에 자질구레한 소수점이 생겨버렸고 그 이전까지 리얄로 딱 떨어지게 계산하던 습관이 남아서 푼돈은 신경 안 쓰는 건가 싶기도 해요. 아니면 말고요. 다른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게 없는데 그럼 역시 귀찮아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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