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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안에 샤워를 끝내지 못하면 화상 엔딩

사우디 샤워 스타일

사우디는 덥죠. 모르시는 분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나 더운지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설명하면 농담인 줄 안다든가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리야드에 살 때 여름에 샤워를 하잖아요. 그러면 10초 안에 끝내야 합니다. 물을 아주 살짝 틀어서 몸을 적신 뒤에 비누 거품을 얼른 묻히고 마음의 준비를 한 뒤에 샤워기를 틀고 10초 안에 재빨리 다 헹궈내야 해요. 10초도 사실 아슬아슬합니다. 


10초를 넘어가면 어떻게 되느냐, 뜨거운 물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대중목욕탕에서 발가락부터 넣어도 한 번에 들어가기 어려운 열탕 있죠? 그보다 뜨거운 물이 나옵니다. 정 필요하면 샤워 헤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좀 버텨보겠지만 그래봤자 2~3초예요.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물탱크가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있이 사는 집은 물탱크를 지하에 매립하기도 합니다만 저희는 없이 사는 집이어서 물탱크가 옥상에 있었거든요.

작열하는 태양 아래 무방비로 노출된 물탱크

처음 10초 동안은 왜 괜찮으냐면 물탱크에 있는 물이 파이프를 통해서 집 안으로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햇볕을 직접 쬐는 파이프는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겁지만 벽 속에 묻혀있는 파이프는 좀 덜 뜨겁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좀 시원하신지?

그래서 찬물을 틀고,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까지 찬물 틀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집 벽 속에 들어와 있는 파이프에 담겨있던 물이 나오는 동안 샤워를 끝내야 합니다. 물을 트는 순간부터 1초, 1초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뜨거워지거든요.

물탱크의 복지를 위한 헛된 몸부림. 하나도 도움이 안 됐다

아이들을 씻겨야 해서 빨리 못 끝낼 때는 마지막 방법이 있습니다. 보일러 물을 쓰면 됩니다. 보일러는 물을 데우기 위해서 탱크에 물을 받아놓는데요, 그 물을 쓰면 됩니다. 물론 그 물도 식을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두세 번은 못 쓰죠. 한 번 다 털어쓰면 새 물을 밤새 식혀야 합니다.

옥상으로 오는 철제 사다리. 뜨거워서 맨 손으로는 못 만집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써서 도무지 뜨거운 물밖에 안 나온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12L짜리 대형 생수통 대여섯 개를 준비해서 평소에 물을 받아둡니다. 옛날에 관리실에서 단수 예고 뜨면 욕조에 물 받아놓고 그랬잖아요. 너무 옛날인가.. 할튼 그렇게 평소에 물을 미리 받아둡니다. 


그것도 다 쓰고 정말 없다면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생수통에 있는 식수로 샤워하는 겁니다. 2년 살면서 2~3번 정도 식수통까지 동원해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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