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우디, 천둥번개, 폭우, 물바다, 대환장의 콜라보

사우디에도 비 오그등여?

사우디 거주가 결정되면서 이제는 못 볼 거라고 생각했던 게 있습니다. 바로 비예요.


카페에서 창 밖으로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그런 느낌, 비가 그친 뒤에 청명해진 하늘을 보며 한 숨 가득 맑은 공기를 들이켜는 그 느낌을 이제는 못 겪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중동이고 사막이니까요.

리야드 남부의 와디 나마르 레이크

물론 리야드에도 물은 있습니다. 호수도 있어요. 사막 한복판에 있는 도시지만 오아시스가 있고 관개가 돼서 수로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비? 그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있더라고요. 그것도 그냥 비도 아니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집니다.


아래 동영상은 위에 와디 나마르 호수에 놀러 갔던 날 밤에 집에서 촬영한 거예요. 비가 올 때는 이렇게 날씨가 급변합니다. 짧고 굵게 확 쏟아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개요. 그리고 햇볕이 일단 다시 쬐기 시작하면 젖었던 땅은 10분도 안 돼서 모래먼지가 날릴 정도로 바짝 마릅니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

리야드의 기후도 우리나라와 얼추 비슷합니다. 봄이 되면 모래를 가득 담은 모래폭풍이 불고요, 물론 평소에도 불지만... 7월쯤 되면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집니다. 한국의 장마와 다른 게 있다면 비는 딱 10~20분 정도만 내리고 그친다는 거죠.

토르가 내려오나!?

놀라운 사실은 그 10분간 내린 비로 도로가 침수되고 물난리가 난다는 점입니다. 차로 2~3개가 잠기는 건 기본이고 지하차도 같은 경우는 물이 차서 못 들어가기도 합니다. 사우디 도로 편에서 사우디는 교차로가 별로 없고 대부분 지하차도로 돼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비가 오면 쥐약입니다.

간선도로 일부가 침수됐습니다

10분 밖에 안 내린 비에 길이 잠겨버리는 건 배수로가 없어서 그래요. 사우디 땅은 모래라서 땅을 깊게 파기도 어렵지만 애초에 배수로를 만들 정도로 비가 자주 오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 사우디 모래 특성상 물이 고이면 순식간에 흡수되거든요. 우리나라는 물이 잘 흡수가 안 돼서 흐르고 흘러 저지대로 모이잖아요. 사우디는 온통 모래기 때문에 흐르지 않고 그냥 흡수됩니다. 다만 포장도로같이 물이 자연 흡수가 안 되면 난리가 나는 거죠.  

비가 한바탕 오고 나면 건조한 게 좀 가시거나 시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단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나오면 피부를 때리는 따가운 햇볕이 쬐기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나면 빨래를 널어도 될 정도로 건조해지거든요.


*다음 주부터는 사우디 연재 편이 주 2회에서 주 1회로 조정됩니다. 가볍게 툭툭 던지는 날림 기획인데 글 쓰는 게 부담이 되면 안 되니까요. 자주 못 찾아뵈어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