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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혀에 버적버적 씹혀야 '아~ 황사가 오는구나~'

한국에는 황사 그런 거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봄철에 불어오는 '그 바람'은 황사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합니다. 하늘이 좀 누렇긴 하지만 혀에 모래가 씹히지는 않잖아요. 사우디에 살다 보면 진짜 모래바람을 심심찮게 마주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야말로 '황사부심' 좀 부려보겠습니다. 

상쾌한 아침 7시. 모래 바람이 반겨준다

사우디에는 모든 바람에 모래가 있지만 여기서도 '모래 바람'이라고 특별히 부르는 바람이 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깨끗했던 바닥이 이렇게 됩니다. 


저 모래는 아주 고운 모래예요. 비중이 높은 건지 낮은 건지 바닥에 딱 붙어서 잘 안 닦입니다. 흙보다 먼지에 가까워서 빗자루로 쓸어도 잘 쓸리지 않습니다. 한쪽 끝에서 물을 계속 뿌려서 밀어내야 해요.

물을 뿌리면 벽에서도 누런 물이 줄줄 흐릅니다

사우디에 이사 와서 가장 먼저 한 게 집으로 통하는 모든 문과 창문의 틈을 막은 건데요. 우리나라에서 문풍지를 잔뜩 사다가 집을 통째로 물에 담가도 괜찮을 정도로 모든 틈을 메꿨거든요. 그런데도 모래 바람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어느 틈으론가 비집고 들어와서 바닥, 책상, 그릇장 할 것 없이 다 살포~시 앉아 있어요.


모래 바람이 제대로 불면 대형마트도 장사가 없습니다. 쇼핑몰 안까지 모래가 들어와요. 막힌 곳에서 공기가 안 좋아지는 것도 심각하지만, 신선식품 코너에도 모래가 살포~시, 고기 위에도 살포~시, 빵 위에도 살포~시.

저 멀리 부연 공기 보이시죠?

사우디 모래 바람은 공기청정기로 극복이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서야 황사 불면 청정기 돌리고 필터 갈고 하면 되지만 여기 황사는 청정기를 고장 내거든요. 그래서 쇼핑몰에서도 공기청정기를 가동하지 않습니다. 

모래모래~ 토네이도~

처음 모래 바람이 집을 덮쳤을 때는 끝나자마자 얼른 나가서 물청소를 했거든요. 


정원에서 호스로 연결해서 -비록 뜨거운 물밖에 안 나오지만- 어쨌든 열심히 물을 뿌려서 최대한 상쾌하게 청소를 했는데요, 오래지 않아서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모래 바람은 며칠에 걸쳐서 불기 때문에 하루만 지나면 원래대로 노랗게 돼요.

닦기가 겁나지만 한편으로는 닦아보고 싶은 비주얼

사우디라고 항상 모래 속에 사는 건 아닙니다만 일단 불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의 귀여운 황사 바람이 그리워지는(?) 인상적인 농도를 체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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