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오 주의 *
오늘 주제는 사우디 단독 주택에 개미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적나라한 영상이 있으니 작은 벌레가 집에 들어오는 걸 상상만 해도 싫으신 분은 감상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혐오 주의 *
사우디에서 살면 날이 덥고 건조하니 최소한 벌레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반은 맞았는데 반은 틀렸습니다. 그리고 틀린 반 부분이 꽤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일단 없는 벌레는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잠자리 이런 게 잘 없습니다. 있어도 상관없고, 오히려 있는 편이 애들 돌보는데 도움이 되는 녀석들이라 좀 아쉽죠.
그에 반해 있는 벌레는 모기, 개미, 바선생 이런 건 많이 있습니다. 없는 게 나은 쪽인데 있다 못해 차고 넘치지요. 그중 개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응접실에서 뭘 먹다가 흘렸는데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박 국물 한 방울이라든가, 멸치 볶음 한 마리라든가 그런 거요. 그걸 닦지 않고 자면 다음날 아침에 알림이 들어옵니다. 검은 알림.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개미 수십 마리가 집 안으로 침투해 들어온 걸 목격하게 되는 거죠. 모래 바람 때문에 집 문 틈을 모두 문풍지로 막았는데도 개미는 잘만 들어옵니다. 쪼끄만 불개미도 아니고 검정 흑개미.
어디서 들어왔는지 루트도 다 보입니다. 줄을 지어서 있거든요. 출입구는 바로 극심한 자외선과 건조한 공기로 인해 말라서 갈라져버린 실리콘 실링 틈새나 부서져버린 백시멘트 틈새예요.
뭐 흘린 게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개미들이 거기만 모여 있거든요. 그러면 입구에서부터 포인트 지점까지 한 번에 싹 쓸어버리면 간단합니다.
그런데 흘린 게 애매하게 양이 적어서 개미들이 순식간에 처리해 버리면 그때는 문제가 커집니다. 개미들이 새로운 먹이를 찾아서 흩어지거든요.
개미가 들어온 틈을 따라서 밖으로 나가보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건 실링을 꼼꼼하게 하면 어떻게든 됩니다만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건 정말 무섭습니다. 일단 같은 검정 개미라도 사이즈부터가 다르고요.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틈을 막는 게 의미가 없죠.
그런데 살다 보니 이럴 때도 방법이 없지는 않더라고요. 개미 퇴치 약은 비싸기만 하고 별 효과를 못 보고요. 주방세제가 최고입니다. 퐁퐁이요.
아래 영상을 잘 보면 은색 금속 경계판을 밟은 개미들이 바깥으로 툭툭 떨어지는데요. 주방세제로 선을 그어놓으면 그 선을 절대 넘어오질 못하더라고요.
집 근처 밖에 사는 개미 중에는 정말 거대한 놈들도 많습니다. 얼마나 큰지 몸통이 바닥에서 뜬 채로 부양해서 다니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킬 정도 거든요.
천만다행으로 그런 대형종의 침투는 한 번도 허용한 적이 없습니다만 잠든 애들을 밤새 깨물고 다닌다고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습니다.
살다 보니 집에 개미 들어온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있네요. 별 일입니다. 주거 환경이 아파트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겪기 어려운 경험이었네요. 다음 화에는 더 굉장한 게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