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긍휼

슬픔의 바다에서 유영하기(5)

by 조모비

모비는 자기 자신에게 1년을 허락했다. 마음껏 미워하고, 정말 이기적으로 살겠다고.




2년간 모비를 괴롭혔던 사건들은 한결 같이 같은 패턴이었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았고, 미안해하지 않는 상대들을 모비는 홀로 용서하고 더 나아가 사랑해버리고 싶었다.


새 학교에 적응도 하기 전에 매몰차게 굴던 선배 교사에게

비아냥거렸던 시아버지에게

욕설을 뱉으며 눈을 흘기던 우리 반 학생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모비는 따져 묻지 못했다. 울지 않고 말할 자신이 없었고 그들의 대답에 다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다.


어느 책에서 감정이란 부정적인 감정 밖에 없으며

긍정적인 '감정'에서의 감정은 오히려 ‘생각’에 더 가까운 단어라고 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은 오로지 하나의 실체, '두려움'이라고 했다. 거기서 분노, 슬픔, 우울함 등이 파생되는 거라고.


상담사는 이렇게 말했다. 분노는 방향성이 있는 에너지여서 어느 형태로든 표출되지 못하면 자기 자신을 향한다고. 그러니까 모비는 두려워서 분노를 표현하지 못했고, 그 결과 끝없이 자책하고 반추하다가 모든 기력을 소진했던 것이다.


무기력의 끝에 다 달았을 때

그녀의 에너지보다 하루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인지했을 때

그래서 끝없이 잠만 자고 싶은 자신을 자각했을 때


모비는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고,

자신을 구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여기서 조금만 더 깊이 가라앉으면 스스로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병원과 상담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약 봉투를 받아 들자 모비는 자기 자신을 '환자'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미워하지 못한 모든 이들을 마음껏 미워하겠다고 다짐했다. 아픈 사람이니 그래도 될 것 같았다. 마음껏 미워하는 대신 1년이라는 기한을 뒀다.


그렇게 모비는 드디어 자신에게 긍휼을 베풀기 시작했고 이전에 미처 못했던 사춘기가 마흔을 앞두고 시작됐다.


문제 학생으로부터 시작했던 슬픔을 깊이 연구할수록 어린 모비가 부모에게 받은 상처에 도달했다. 사춘기는 역시 부모 속을 썩여야 제 맛이던가.


모비는 20년 만에 부모를 원망하는 편지를 썼다. 이제 와서 모비는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초등학생 같은 발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안해, 나도 미안해. 하면 같이 노는 아이들처럼. 당연히 나미와 진성은 충격을 받았다. 며칠 동안 답장도 연락도 없었다. 그저 좀 외로운 줄 알았지, 이렇게 힘들었는지 몰랐다고 하는 나미의 말에 모비는 더 화가 났다.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동생은 그저 위로하는 표현 중 하나라고 모비를 진정시켰다.


진성은 끝까지 답장이 없었다. 그저 아픈 딸의 객기라고 여기는 듯했다.

모비에게는 아직 4개월이 남았다. 모두를 미워하는 자신을 용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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