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이 축사는 읽힐지 안 읽힐지 모르는 글입니다. 아마 그래서 더 진솔한 글입니다.
제가 여러분 앞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무래도 식장에 묘한 적막이 흘렀을 테지요.
저는 하미를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회학교에서 만났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일요일마다 편지를 교환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하미가 다니던 대학로에서 자주 만났습니다.
그녀가 미국이나 서울에 있을 때에도
제가 육아에 매여 있을 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10대 20대 30대를 함께 지냈고 우리는 서로를 애틋하게, 대견하게 여깁니다.
그런 소중한 내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그는 키가 큰 서울 남자라고 했습니다. 하미가 맨 얼굴로 러닝머신을 타고 있는데 그가 먼저 다가왔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를 매우 경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미가 D에 대해 말할 때마다 아주 유심히 듣고 매의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내 친구를 맡길만한지 수 백개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는데 그는 그것을 모두 통과한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롱디였고 20대에 만나 3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따뜻합니다.
D는 하미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 같이 옆에 있어 주고, 하미는 D를 언제나 배려하며 그를 편안하게 해 줍니다.
그렇게 뜨뜻하고 뭉근하게 10년 동안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제가 보았습니다.
오늘도 그 따뜻한 날 중 하루일 뿐입니다. 그들답게 너무 들레지 않고도 들꽃처럼 예쁘게, 따뜻한 온도로 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가족들만 참여한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더욱 뜻깊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대신하여 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일부터 다시 이 둘은 여느 때와같이 저녁을 같이 먹고 동네 밤산책을 다니겠지요 이따금씩 평일 연차로 제주도를 가고요. 그럼 하미는 또 D가 찍어준 예쁜 사진을 프사로 바꿔 절 부럽게 할 겁니다.
그들의 사랑이 지금처럼 오랫동안 뭉근하고 포근하길 축복합니다. 여러분도 이 둘을 오래오래 따뜻하고 소중하게 여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미를 사랑하고 D와 친해지고 싶은
조모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