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 북토크 참여 후기
태어나서 내가 처음 만나 본 작가님.
대학생부터 집필하셔서 유명한 책이 많았지만 '바깥은 여름' 책 표지 외엔 생소했다. 북토크에 참여하기로 하고 급하게 빌린 신작 '안녕이라 그랬어'가 내가 읽은 김애란 작가의 첫 작품이다.
이는 단편소설집인데, 이 책을 두고 평론가는 김애란 작가를 사회학자보다 더 사회학자라고 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경제 사회학자 같다. 자고로, 작가는 이런 시대정신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감탄했다. 서사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예리하고도 날카로웠다.
'홈 파티'
독자들을 모두 초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가장 서두에 배치하고 마지막은 당연히 전세사기 이야기로 끝내고 싶었다는 김애란 작가님.
그동안 썼던 여러 작품들을 엮어 '소설의 음계, 삶의 사계'를 주제로 말씀해 주셨는데,
여러 작품들이 이어지기도 하고, 발전된 형태로 다른 결말을 맺기도 하고, 짝꿍 책 같기도 하고. 김애란 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알고 강연을 들었다면 더 황홀했겠다.
소개해 주셨던 작품 중 '입동'이란 작품과
다른 작품의 이 글귀가 기억에 남았는데,
-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중략)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는 인공지능의 대답이다. 그러나 이 대답이 다른 소설에는 전혀 다른 뉘앙스로 쓰인다.
또 기억에 남는 내용은,
챗GPT의 아주 능숙한 위로보다 뭐라 말할지 몰라 눈시울을 붉히며 어정쩡하게 서 있던 사람에게 받은 위로가 더 와닿았다는 작가님의 일화와 '사람은 슬픔 속에서도 노래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말이었다.
결국 작가란, 사람을 사랑해서 너무 자세히 관찰하는 직업이 아닐까.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당신은 사람을 사랑하십니까?
완전히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결함이 있는, 그러나 약하지 만도 않는, 사람.
가져간 책에 사인을 받으며 작가님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사실 작가님의 손이나 팔뚝을 손가락으로 콕 찔러보고 싶었는데 무례한 행동인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작가라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다니! 작가들은 어떻게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그렇게 잘도, 많이도 살아낼까.
나는 아직 내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어서, 연재를 마치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작가님의 말에서 조금 용기를 얻었다.
대학생 때 작가로 등단한 작가님은 자기 이야기, 부모와 가족 이야기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랑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고. 그러면서 글 씨앗이 모두 닳아지면 어떡하나 항상 불안했는데, 똑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다크 버전, 환상 버전으로 쓸 수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또 그 나이에 보이는 것들을 쓰게 됐다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을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부르지만 어떤 대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잘 알고, 가까운 이야기들을 쓰다 보니 그렇다고 했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는 자료조사와 인터뷰, 공부도 많이 하신다고 했다.)
그럼 나도 당분간은 끄적일 수 있는 게 몇 개 더 남지 않았을까.
작가님의 다음 관심사는 AI라고 했다. 다음 단편도 사회학자가 쓴 것 같은 소설이 나올 것 같다. 김애란 작가님의 옛날 작품들을 찾아 다시 읽어보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신작을 기다려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