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을 읽고
마음이 근력이라면, 우리 스스로 자기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겨울, 상담실에서 가장 잘 보이게 비치된 책이었다. 상담 10회기는 충분하지 않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다. 그래서 이 책이라도 읽으면, 상담은 못하더라도 상담 선생님이 주셨던 답과 비슷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상당한 벽돌책으로 거의 1년 가까이 조금씩 읽었고, 뇌와 명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스킵하고 발췌독하였다.
1. 의식
드한느는 '의식'이 각성상태나 주의집중과는 구별된다고 말하면서, 의식의 본질적인 모습은 '의식적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즉 우리의 다양한 경험을 종합해서 파악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고할 만한 것(something reportable to others)으로 만들어내는 주체'가 곧 의식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이고도 내부적인 경험을 즉각적으로 사회적 소통이 가능한 언어로 표상하는 것이 의식의 본질이다. 나의 경험을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전환하는 과정이 의식이다. 의식 자체가 스토리텔링 과정이며, 타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193p)
(수정, 덧) 부정적인 생각에 의식을 기울이고 싶지 않다면 거꾸로 하면 되지 않을까? 나의 부정적인 경험을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 이야기하는 편이다. 부정적인 일이면 더욱 그렇다. 당사자에게는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지도 못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의 의식이 사용된다. 그리고 나에게 더욱 각인된다. 그러니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일들은 그냥 삼켜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언어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는 저절로 퇴색된다. 그러니 좀 묵혀둡시다.
2. 회고적 상상 소통
그때 이렇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내가 왜 미처 그 얘길 못했을까, 더 강하게 따지거나 비판했어야 했는데 등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일어나서 그러한 부정적 생각에 집착하는 '부정적 반추'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중략) 사실 인간관계 갈등의 핵심은 실제 말다툼을 하는 순간이 아니라 혼자서 머릿속으로 부정적 상상소통의 내용을 끊임없이 회고하고 예견하는 것을 반복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분노와 증오가 계속 커지고 고통과 불행감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 인간관계의 갈등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인간과 인간 '사이'라기보다는 각자의 머릿속이다. (360p)
실제로 갈등이 생기면 나는 머릿속으로 시나리오 100개쯤은 거뜬히 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점점 신파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주인공이 된다. 지독한 자기 연민이다. 미리 대사를 준비할 필요 없다. 상상하지 말자. 직접 물어보자. 시뮬레이션이 멈추지 않는다면 다른 이야기에 빠지면 된다. 소설, 드라마, 음악, 그리고 다른 사람.
3. 생각이나 감정이 '나'는 아니다.
내 생각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내 감정 역시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내가 계획한 것도 아니고,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으니 우리는 '나의 생각이나 감정이 곧 나의 것'이라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 '그것이 바로 나'라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나의 생각이나 감정은 나의 심장이나 내장의 움직임과도 같다. 내가 의도한 것도 계획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중략) 내면소통 훈련의 핵심은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하나의 사건으로 알아차리고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그런 능력을 지닌 것이 앞에서 살펴본 배경자아다. (362p)
4. 알아차림
내면소통 훈련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나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멘털 코멘터리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한다. 이 세상이 나에게 주는 수많은 암시에 의해 나의 생각, 행동, 경험 등은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문화, 이념, 교육 그리고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통해 주어지는 수많은 암시와 스토리텔링에 최면이 걸린 채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곧 전도몽상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최면과 암시로부터 깨어나는 것이 '알아차림'이다. (379p)
나는 요즘 나의 1차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정해 주려고 노력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종이에 일기를 쓰는 방법이다. 내가 글을 쓰는 곳은 여러 곳인데 그중 종이 일기장은 아무도 보여주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생각나는 대로 쓴다. 그러다 보면 내 감정의 이름을 찾게 된다. '아, 나는 두렵구나. 나는 서운하구나. 나는 질투를 하는구나.'하고. 그 감정이 든 것에 대해 나 자신을 자책하지 않고 인정해 준다. 그럴 수 있지, 사람이니까. 그러나 그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절제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갖는다면, 책 '악마와 함께 춤을'을 추천한다.
5. 호흡
전통적인 명상 수행의 핵심은 내가 경험하는 나의 생각, 감정, 감각, 움직임 등을 지금 여기서 실시간으로 알아차리는 데 있다. 지속적이고도 구체적인 자기 참조과정이 곧 명상 수행이다. 이는 곧 배경자아가 경험자아의 다양한 측면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중략) 따라서 마음 근력 훈련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몸이 주는 여러 감각정보에 대한 주의집중과 근육의 이완을 통해서, 특히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먼저 편도체를 가라앉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383p)
6. 두려움과 분노는 본질적으로 같다
이제부터는 편도체 안정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마음근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부정적 정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즉 두려움과 분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편도체를 안정화하는 것이다. 편도체를 안정화하는 것은 결국 감정을 잘 다스린다는 것이며, 이는 마음근력의 핵심인 자기 조절력의 기초이기도 하다. (중략)
정서 혹은 감정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emotion'인데, 이는 분노, 짜증, 두려움, 걱정, 공포, 역겨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중략) 긍정적 정서에서의 '정서'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생각'에 더 가까운 것이다. (399~400p)
7. 감정과 통증은 본질적으로 같다.
특히 배럿은 두려움이나 분노 등 통상적인 '개별' 감정이 각기 고유한 실체를 갖는다는 전통적인 '감정본질주의'를 비판한다. 배럿의 '감정구성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에 따르면, 감정은 신체의 다양한 감각정보에 대한 전반적인 능동적 예측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개별적인 감정'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의미가 부여되고 구성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정적 정서 자체를 다스리려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다. (중략) 그보다는 배럿 교수의 말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 즉 몸을 편안하게 하여 알로스태시스 과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감정조절을 위한 갖아 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중략)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감정은 몸의 문제이고 일종의 신체 현상이다. 감정은 몸이 주는 다양한 감각정보를 바탕으로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의 조절은 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414~415p)
사람들은 허리가 아프면 허리를 주무르거나 펴면서 몸을 다스리려 한다. 그러나 불안이나 우울에 시달릴 때는 그러한 감정의 근본 원인이 되는 몸을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 그냥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이나 의도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려는 오류를 범한다. (중략) 그래도 움직이여야 한다.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주의력 재배치, 호흡, 사띠명상
8. 자기 참조과정
자기 참조과정은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아 현재 모습을 지속해서 알아차리는 기능이다. 과거나 미래의 모습을 기억하거나 상상하는 것은 자기 참조과정이 아니다. 자기 참조과정은 항상 '지금 여기'에서의 나의 경험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중략) 내면소통은 내재적 질서로서의 내면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 의도, 느낌, 감정을 한걸음 떨어져서 차분히 바라봄으로써 시작한다. 그러한 바라봄이 곧 '셀프토크'의 시작이다. (중략) 스스로를 관찰자와 관찰 대상으로 분리해야 한다. 나를 관조하는 나를 찾아야 한다. 나를 조절할 수 있는 나를 찾아야 한다.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이름 붙일 수 있는 나를 찾아야 한다. 그 '나'가 바로 배경자아다.(554~555p)
9. 여섯 가지 긍정적 내면 소통 명상
9-1. 용서
어떻게 해야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는 화해의 시도가 아님을 우선 깨달아야 한다. 다시 잘 지내보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과거의 일을 떠나보내고 흘려보내는 것이다. 분노와 증오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부정적 감정의 원인이 되는 특정한 사건이나 사람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용서는 상대방과 함께 둘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 따뜻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지워버리는 것이 용서다. (592p)
9-2. 연민
자기 자신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는 가장 쉬운 방법은 친한 친구를 대하듯 자기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자기 용서와 자기 수용. 특별하지 않은 자기 모습을 용서하거나 수용할 능력이 필요함. (597~598p)
9-3. 사랑
우리 뇌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줌으로써 내가 행복해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중략) 진정한 사랑을 하려면 '지금 여기'에 존재해야 한다. 내가 오롯이 고요함과 텅 빔 속에 가득 차도록 현존할 때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 그때 상대방의 진정한 행복을 바랄 수 있다. (601p)
사랑은 드라마에 나오는 연애감정보다 반려동물을 아무 대가 없이 돌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연민)에 더 가깝다.
9-4. 수용
수용은 내 삶에 펼쳐지는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도 저항하지 않는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다.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 그저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수용이다. 받아들인다는 것의 핵심은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싫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쳐내려고 하는 것, 원하는 것을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은 모두 저항이다. (603p)
수용하면(선호 preference가 아닌 집착을 버리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9-5. 감사
9-6. 존중 - 인정중독에서 벗어나기
자신이 인정중독에 빠져 있는지의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혹은 누군가의 부러움이나 칭찬이나 인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난이 무시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아닌지? 이런 질문에 대해 모두 '아니다'라고 답할 수 없다면, 인정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619~620p)
스트레스 때문에 호흡이 잘 되지 않을 때,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긴 호흡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명상도 지루해서 싫다. '용서'를 상대와 하는 게 아니라는 관점이 신기했으나 아직 '용서'를 이루지 못했다. 감사 일기도 쓰기 싫다. 여전히 반추와 자책을 많이 한다. 인정 중독에 빠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여기'에 머물도록 열심히 '움직일 것.' 감사 기도를 잊지 않을 것. 이 정도? 1년간 들고 다녔던 이 책도 이제 보내준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