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소설의 변주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을 읽고

by 조모비

'마당 깊은 집'이란 소설은 6.25 전쟁이 끝나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고등학교 모의고사 언어 지문에서 나올 법한 소설이라 처음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는데, 무언가가 나를 이끌어 마지막 장까지 읽게 했다. 그러다가 맨 뒤에 있는 해설에서 가장 큰 전율을 느꼈다. 유레카.


변전하며 증식하는 가족소설의 중심에 놓인 실재로서의 어머니

-김원일 소설 세계 속 '마당 깊은 집'의 위상/ 손정수 문학평론가


제목부터가 어렵다. 내가 이해한 대로 쉽게 풀어서 써보자면 이렇다. 김원일 작가의 소설에는 어머니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에서야 비로소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라고 고백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심으로써 비로소 심리적 거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 소설에 나온 어머니의 모습은 다양하게 변형되어 있거나 반대로 표현되어 있다. 어머니와 작가의 관계를 모녀 관계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마당 깊은 집'에서 어머니에 대한 사실적인 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 작가는 그 과정에서 대상을 초과하거나 비껴가는 상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이와 같이 현실 속의 가족 관계를 부인하고 상상 속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내는 아이의 환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프로이트의 '가족소설'이라는 개념이 있으며, (중략)


여기에서는 이전처럼 어머니의 존재를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을 움직여서 실제 상태에 대한 교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가족 구조 속에 묶인 현실 속의 주체를 허구의 상상 속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현실 속에서는 가능하지 못했던 일들이 상상 속에서 일어나고 실현된다. 길남의 가출 역시 허구라는 이름의 세계가 주체에서 허용하는 정신적인 자유로 인행 발생한 가능 세계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이처럼 김원일의 가족 이야기에서 독특한 점은 그것이 상황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환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지속되는 다시 쓰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중략)


작가는 자신에게 운명처럼 부과된 삶의 상처를 글쓰기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한 존재에 부여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억누르고 있던 억압의 원인을 확인하고 그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수용하기에 이른다.


-해설 중에서 인용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로 대부분이 사실이나, 길남이가 어머니께 혼날 것이 두려워 집을 나간 장면과 어머니가 노숙하고 있는 아들을 데리러 기차역 대합실에 오는 장면은 허구이다. 작가가 어머니로부터의 독립을 허구 속에서 이룬 것이다. 게다가 가족소설 변주에서만 끝난 것이 아니라 가족이란 그릇에 다른 문제를 담았다. 그러기에 리얼리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신파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소설이라고 하기도 뭐 하지만, '모비의 탄생' 연재가 끝나고 봄을 기다리면서 내가 무엇을 더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요즘, 나는 결국 다시 한번 가족의 이야기를 쓸 것이나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야기 속에서 나는 자유를 얻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봄이 오기 전에, 가장 원초적인 내 이야기를 읽어주시면 좋겠다.

[브런치북] 모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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