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당신 : 신입사원
일을 못하는 것보다 잘하면 좋다.
일도 잘하고 인간성 좋으면 더욱 좋다.
일도 잘하고 인간성도 좋고 인맥이 넓으면 더욱 좋다.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회사 구성원 모두의 힘을 빌어도 불가능할 때가 종종 있다.
임직원 중 그 업무를 처리하는데 힘을 발휘해 줄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알고 있으면 100%는 아니지만 엄청나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좁게 볼 때, 자기의 업무 완성을 위해 부서원 모두의 도움을 받아도 힘들 때가 있다.
다른 부서원의 도움을 받으면 빨리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그런데 인간이란 참 복잡하다.
한 번도 인사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요청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옆에 있는 선배에게 말하려고 하니 “네가 직접 말해.”라고 말할 것 같아 괜히 걱정도 되고.
나의 얘기를 잠시 하겠다.
나는 군대생활을 하면서 성격이 180% 변했다.
18개월 방위병(지금의 공익근무요원)이었는데, 대학 1학년 11월 달에 영장이 나왔다.
부모님이 우선징집원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대 배치를 받은 3개월 후부터다.
고등학교 1~2년 선배들이 내가 있는 부대로 배치를 받아 졸병(卒兵)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서울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고등학교 1년 선배가 직속 후임병으로 배속되었다.
처음에는 그들을 아는 척하는 것이 껄끄럽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피했다.
하지만 결국 같은 방위병 생활을 해야 하기에 내가 변하기로 결정했다.
퇴근 후 졸병들(고등학교 선배들)을 시내에 있는 술집으로 모이게 한 후, 내가 군생활 마칠 때까지는 고참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술잔을 돌렸다.
그 순간부터 그들에게 먼저 아는 척을 하고, 고참으로서의 행동을 하였다.
복학 후 학년 회장, 학과 학생회장, 대학원 진학 후에는 대학원 학생회장, 입사 후에는 동기회 회장 등 오지랖 넓은 활동을 했다.
그리고 입사 직후부터 사내 전화번호를 가지고 나와 비슷한 연령대에 있는 다른 부서원들과 식사나 회식을 가장한 모임(총각처녀모임, 노원구2030모임 등)을 주최하여 폭넓은 교류를 하였다.
그 교류는 나의 업무 수행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재무팀, 총무팀, 인사팀 등 나의 업무 수행을 함에 있어 필요한 도움을 빨리, 그리고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회사 송년회 때마다 스마일상, 협력상, 개발상 등 온갖 포상을 받았다.
일만 할 줄 아는 신입사원에게는 한계가 있다.
현대사회는 인적 네트워크 사회다.
그동안 정적(情的) 사회를 간과했던 서구사회에서도 인적 네트워크와 관련된 책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정(精)의 사회다.
독불장군은 없다.
독야청청하면 왕따를 당한다.
사람을 두루두루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무조건 많은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고르게 알아야 한다.
마케팅기획팀에서 근무한다면 각종 연구소, 변호사, 보험설계사, 리서치 전문회사, 경쟁 업체 실무자, 재학 중인 선후배, 교수 등 끈을 놓지 않은 상황에서 고르게 만나야 한다.
그러나 솔직히 나와 같은 신입사원은 극히 드물 것 같다.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주변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일만 제대로 하면 그만이라는 근시안(myopia)을 지닌 샐러리맨들이 많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오지랖도 넓다. 자기 앞가림이나 잘할 것이지."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치고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신경 쓰지 말라.
이것저것 다 신경 쓰면 머리가 아프니 그냥 무시하라.
인적 네트워크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신입사원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당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게끔 해 주라.
영원히 기억되는 선배로 남을 것이다.
(Dall-E 이용, Prompt: 40대 남성 사원이 20대 여성 사원을 사무실 안에 있는 여러 사원들에게 소개하는 모습을 그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