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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장군 Aug 12. 2024

(5) 멋모르고 덤비는 신입사원을 아껴라

첫 번째 당신 : 신입사원

회사 계단에서 20대 여성 사원과 종이에 든 커피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30대 선배의 남자 사원을 그려주라.

“이렇게 하시죠. 제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이런 방법이었습니다. 선배님들의 방법을 이번에는 양보하면 어떨까요.”

부서 회의를 하는 도중 상기된 얼굴로 신입사원이 발언을 한다.

황당하다. 그리고 약간 겁이 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얻어맞기 전에 느껴지는 두려움이 아닌, 내 방법이 틀렸는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해결 방법이 기존의 것과 유사하다면 겁이 날 리 없는데, 동료들이나 부서장 모두 처음 처리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겁이 나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 이유를 알고 싶군요.”라고 부서장이 질문했다.

“느낌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응용해보면 그렇습니다. 정확히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힘듭니다. 선배님들이나 저나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부서장님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저희들보다 직장 경험이 많기 때문에 멋진 대안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머리가 띵해진다.


(Dall-E 활용, 회의실에 남자 선배 3명, 여자 선배 1명이 있는 회의실에서 제일 막내인 20대 여성 사원이 조금 짜증을 내면 말을 하는 장면을 그려줘.)



또 두렵다.

부서장이 화를 낼 것 같은 두려움보다, 우리보다 연봉이 많은 부서장이 의견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때 그분을 과감히 무시할 것 같은 신입사원의 마인드 때문이다.

동기 회식 때 부서장의 무능력함을 얘기하고, 그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회사 내부에 떠돌아다닐 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

그리고 우리 부서가 무능하다는 소문이 들릴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나의 의견을 이렇다네. ... (중략) 나의 경험과 저 윗분들의 취향에는 이것이 맞다고 생각하네.”

“(5초 후) 좀 웃기네요. 부장님 경험이라면 이해됩니다. 그런데 왜 저 윗분의 취향에 맞춰 일을 해야 합니까. 우리는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순간 나머지 부서원들끼리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계속 두 사람이 논쟁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그 사원은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우리 부서에 배치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입 여직원이었던 것이다.

신입사원을 떠나 여자였던 것이 더욱더 남자 선배들을 긴장시켰다.

하기야 비슷한 생각을 지닌 남자 다섯 명의 아이디어는 거기서 거기였으나, 그녀의 아이디어는 아주 신선했고 타당성이 높았다.


그럼, 과연 그녀의 태도는 바람직했는가?

상사의, 그리고 그 상사의 윗분 눈치를 보는 조직문화에 순응하지 않고, 부서 발전을 위해 다른 선배들의 입장을 대신해 과감히 발언한 그녀의 태도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경험에서 우러나는 관록은 대학 열 개를 나온 사람보다 우수할 수도 있다.

게다가 회사 내 다양한 부서 간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파악하여 의견을 제시한 부서장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자신의 의견만을 밀어붙인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단, 하나의 가정은 있다.

그 부서장이 평소에 부서원들에게 업무적으로, 인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전제다.


부서장과 그녀와의 논쟁을 오래가게 하면 안 된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논쟁에서 빠진 다른 선배들이 상처 받을 수 있다.

그 때는 직급이나 나이로 중간 서열에 있는 부서원이 나서는 게 좋다.

일단 회의를 중단하거나 다음으로 미뤄보자.

그리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10분 지나서 그녀를 조용히 불러내라. 

단, 동료들이 알 수 있게 하지 말고, 휴대폰을 들고 다가서 그녀에게 ‘몇 분 후 어디에서 잠깐 보자.’는 문자를 남겨라.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일단 시원한 물을 마시면 화는 내려간다.

따뜻한 커피나 차도 좋다.

물이나 커피, 아니면 차를 권해라.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배가 왜 자기를 불러내었는지 알 것이다.

대화는 간단히 하는 것이 좋다.

너무 길면 사무실에 남아 있는 부서원들이 오해를 한다.

‘어디서 울고 있는가. 아직도 분을 삼키지 못해 밖에서 방황하는가?’라고.

대화의 내용은 이렇게 해라.

“너의 의견이 맞다. 나도 다른 선배들도 동감해. (3초 쉰다) 그러나 부장님께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봐. 나도 몇 년 전까지는 너와 비슷했어. 그러나 조직 생리상 상사와 대립하면 아랫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어 있어. 너가 동아리 대표인데 각 입학한 신입생이 너의 의견을 무시하면 어떤 기분이 들겠니? 너가 생각해도 100% 옳다면 부서장과 일대일로 만나. 회의가 끝나고 말이야. 만약 싫다면 ‘너의 의견은 다르지만 당장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 문서로 제출하겠다’고 말하면 좋아. 알겠지?”


후배나 선배를 대할 때는 밀고 당기는 묘미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을 타고 날 수 있지만, 조직 생리를 먼저 아는 선배가 전혀 모르는 신입사원을 위해 형이나 오빠의 입장에서 가르쳐줄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

MZ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하지만 90년에 입사했던 신입사원들도 똑같았다.

세상이 흘러 큰 틀에서는 변화가 있어 왔지만, 사람의 심리와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의 프로나오스에 새겨진 문구를 생각해 보자.

“너 자신을 알라”(그리스어: γνῶθι σεαυτόν) 


(Dall-E 활용, 회사 계단에서 20대 여성 사원과 종이에 든 커피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30대 선배의 남자 사원을 그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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